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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지프스>는 감염병과 가짜뉴스 등으로 모든 게 무너져 내린 세상에 남겨진 네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인 네 사람은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 예술가로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러다나 카뮈의 <이방인>을 무대에 올린다. 요양원에 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곧바로 연애를 시작한 뫼르소.
이를 통해 자조하고 주저앉는 대신, 삶의 아픔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삶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배우라는 직업이 그리스신화 속 시지프스와 닮았다고 말한다.
신에게 벌을 받아 산 정상까지 돌을 굴려야 하는 시지프스가 애써서 돌을 산 정상까지 올리면, 돌이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다시 그 돌을 정상까지 올려야 하는 게 마치 열심히 주어진 시간 동안 연기를 하고, 공연이 끝나면 조금 전 공연한 모든 게 사라지고, 다시 또 공연을 하는 배우와 닮았다고 말한다.
매일 관객이 몇 명 오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똑같은 에너지를 들여서 열심히 공연하고, 공연이 끝나면 조금 전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일상의 반복을 사는 게 바로 배우라는 직업이다.
때로는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조금 전까진 화려한 조명과 환호 그리고 박수 속에 공연했지만, 공연이 끝나면 다시 나로 돌아오는 과정이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이러한 걸 못 견뎌 잘못된 선택을 하는 배우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 속 배우들은 그러한 배우의 삶을 비관하지 않고,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 희망을 전하기 위해 <이방인>을 무대에 올린다.
지금 나라가 어수선하다. 시민들은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매주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시위 중이다.
많은 문화예술인들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누구는 성명을 발표하고, 누구는 시위 참가자를 위해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희망이 사라져 버린 지금 이 시대에 문화예술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기만의 재능으로, 희망을 선사하는 게 더 필요해 보인다.
누구는 노래로, 누구는 그림으로, 누구는 연기로 상처받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그런 게 더 중요한 시점 같다.
뮤지컬 <시지프스>는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내년 3월 2일까지 공연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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