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와 배너알츠하이머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장에 감염되면 나중에 뇌로 이동해 알츠하이머병을 발병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20일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했다.
헤르페스(단순포진) 바이러스는 전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50세 미만 인구의 약 67%가 입 주변의 헤르페스 1형에, 13%가 성기의 2형에 감염됐으며, 이들 중 약 87.4%가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로 추정된다.
헤르페스(단순포진) 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 몸속에 남는다. 평소엔 잠복 상태로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성화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이번 연구에서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성기나 입술 주변에 포진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뇌에서 알츠하이머병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과 헤르페스 감염의 연관성을 연구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뇌를 분석했다. 면역조직화학검사(IHC)로 이들의 사후 뇌의 조직학적 특징과 미세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는 뇌 오가노이드(미니 장기)를 만들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이들 뇌 오가노이드에서 헤르페스 감염의 근거를 발견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장과 뇌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속도로인 미주신경을 통해 뇌로 이동한다는 원리다.
자율신경인 미주신경은 뇌에서 장까지 연결돼 있어 장 신경계와 신호를 주고받는다.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가 뇌에서 활성화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여 서로 엉키는 현상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주립대-베너연구소의 벤 리드헤드 교수는 “우리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25~45%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물학적으로 독특한 알츠하이머병의 하위 유형을 발견했다”며 “이 아형 알츠하이머병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와 타우 엉킴은 물론, 뇌의 바이러스와 항체·면역 세포의 뚜렷한 생물학적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이 뇌 건강과 신경 퇴행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이 광범위하다고 보고,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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