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숙 명인 "겨울철 생옥돔 맛 제주 사람 말고는 잘 몰라…꿩 요리도 추천"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향토음식명인이 추천하는 겨울철 별미는 무엇일까.
'한라산도 식후경'이라고 새하얀 설국으로 변한 겨울 한라산을 오르며 관광을 하려면 무엇보다 배가 든든해야 한다.
최근 제주향토음식명인으로 선정된 부정숙(61) 사단법인 제주문화포럼 원장은 "겨울이 오면 제주에선 옥돔"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에서 '생선 중의 생선'이라 불리는 옥돔은 12월에서 2월 한겨울에 가장 맛이 오른다.
제주에서는 옥돔만을 유독 '생선' 또는 '솔라니'라고 불러 갈치나 고등어 등 다른 어류보다 귀하게 대접했다.
옥돔의 배를 갈라 손질한 후 찬바람이 나는 그늘에서 고들고들하게 말린 뒤 배 쪽에 참기름을 살짝 발라 구워 먹는 옥돔구이는 영구불변 제주의 맛이다.
부 명인은 반건조된 '건옥돔'도 맛있지만 '생옥돔'을 먹어보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건옥돔은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데 겨울에 먹는 생옥돔의 맛은 제주 사람 말고는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생옥돔은 살이 단단하면서도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죽이나 국을 끓여 회복이 필요한 환자에게 먹였다.
옥돔뭇국의 경우 음식점 등에서 만날 수 있는 겨울철 대표 제주 향토음식메뉴로 인기가 높다.
부 명인은 "생옥돔을 오일장이나 재래시장에 가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며 "쪽파 양념을 얹어 찜으로 요리하면 맛있고, 소금 간만 살짝해서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구워 먹어도 맛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옥돔은 기름과 만나면 더 맛있어진다. 잘 구운 옥돔에 쪽파 양념장을 얹으면 잔열로 인해 '지지직~' 소리가 나면서 파향이 속살에 스며드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고 귀띔했다.
부 명인은 또 겨울철 별미로 꿩요리를 추천했다.
그는 "제주에서 꿩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며 "꿩으로 국물을 내면 그 맛이 얼마나 담백하고 시원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부 명인은 "겨울이 되면 무와 메밀이 좋은데 꿩 국물에 무와 메밀을 넣으면 그야말로 완벽한 제주향토음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먹을 것이 귀했던 겨울에는 제주 중산간(해안과 산지의 중간지대)에서 사냥으로 잡은 꿩을 삶은 국물에 메밀반죽으로 면을 만들어 무채와 함께 끓인 꿩메밀칼국수를 많이 먹었다.
겨울에 나는 중요한 제주의 식자재 중 하나가 메밀이다.
특히 겨울 메밀과 겨울 무로 만든 빙떡은 제주의 별미음식이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한 번 맛을 들이면 자주 찾게 되는 웰빙음식 중 하나다.
이쯤 되면 사시사철 언제 먹어도 맛있는 제주의 흑돼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글지글 피어오르는 숯이나 연탄불 등의 석쇠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은 제주흑돼지를 멜젓(멸치젓의 제주어)에 찍어 한입 가득 먹은 관광객들은 감탄사를 쏟아내기 마련이다.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에다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육즙, 고소하면서도 비리지 않은 비계는 차원이 다른 돼지고기 맛을 선사한다.
여기에다 멜젓의 깊은 바닷내음까지 더한 제주 흑돼지의 맛은 단연 최고다.
30∼40년 전까지 '돗통시'라고 하는 돌담으로 두른 변소에서 길러지면서 청소부(?) 역할을 도맡아 '똥돼지'라는 별명을 얻었던 제주흑돼지는 유명하다.
굳이 흑돼지가 아니더라도 제주의 돼지고기는 다른 지역의 돼지고기보다도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돼지고기로 만드는 대표적인 제주향토음식은 돔베고기다.
제주 사람들에게 돼지고기는 언제나 즐겨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마을 잔치가 있을 때나 어렵사리 먹을 수 있었던 행사용 음식이었다.
집안의 대소사에 손님 접대를 위해 돼지를 잡고 뼈나 내장 등 부위는 국물 음식으로 이용했고, 살 부위를 편육으로 만들었는데 바로 이것이 돔베고기다.
다른 지역의 편육과는 달리 삶은 고기를 누르지 않고 뜨거울 때 도마에서 썰어서 먹던 데서 유래됐다. 돔베는 도마의 제주 사투리다.
돼지를 삶았던 국물에 제주 사투리로 '몸'이라고 하는 모자반과 배추·무 등을 넣고 끓여 '몸국'을 만들기도 했다.
돼지고기육수에 국수를 말아 돔베고기를 고명으로 얹으면 고기국수가 된다. 보통 다른 지역의 잔치국수는 쇠고기 육수나 멸치육수에 소면을 사용하지만, 제주에서는 돼지고기육수에 중면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 명인은 "돼지는 사시사철 언제나 먹어도 맛있는 제주의 대표 식재료"라며 "제주에선 반드시 냉장 유통되는 돼지를 사다 요리해서 먹어야 한다. 먹어보면 훨씬 맛이 좋고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잔치나 상(喪)이 났을 때 돼지를 잡아다 마을 주민 모두가 함께 나눠 먹던 제주의 돼지고기 문화를 알고 먹으면 더 재미있고 맛있다"며 "이러한 문화와 음식 정보를 알려주는 게 제 임무"라고 강조했다.
bjc@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