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철완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의 최대주주지만 경영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3년 넘게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그간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카드를 내세웠지만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주가하락과 배당금 감소로 인해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박 전 상무에게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철완 개인으론 최대주주, 특수관계자 포함시 박찬구 회장에 밀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박철완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보통주 259만9132주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주식 수는 지난 2022년 이후 변함이 없지만 최근 자사주 소각 등으로 지분율은 상승했다. 박 전 상무의 지분율은 9.51%로, 금호석유화학의 최대주주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부터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박 전 상무가 박 회장의 지분율(7.46%)을 앞서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상황이 역전된다. 박 전 상무의 지분율이 11.36%로 커지는 반면, 박 회장의 지분율은 16.65%까지 늘어난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1월 박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소하며 경영권 분쟁의 시작을 알렸다. 박 전 상무는 같은해 3월 금호석유화학 9550주를 매수했고, 모친인 김형일씨도 2만5875주를 매수했다. 박 전 상무의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앤컴퍼니 회장도 참전하며 1만4373주를 사들였다.
분쟁의 원인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갈등이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으로 승계구도가 명확해지면서 이들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분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21년 백종훈, 박찬구 각자 대표체제를 구축했다. 다만 박 회장은 같은해 6월 사임했다. 같은 시기 박준경 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2022년말 다시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박 사장은 백종훈 대표와 함께 경영위원회 소속으로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 지분율도 7.99%로, 박 전 상무 다음으로 많다.
오너 일가를 제외할 경우, 현재 지분이 가장 많은 건 국민연금(8.9%)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이사 선임 건 등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을 찬성한 바 있다. 다만 2021년6월 임시주총을 통한 박준경 사장의 선임 역시 찬성했다. 올해 정기주총에서도 박 전 상무 측의 주주제안에 반대의사를 밝힌 만큼, 승기는 박 회장 측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소액주주 표심 잡기 나선 박철완
박 전 상무에게도 희망은 있다. 금호석유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50%를 넘기 때문이다. 박 전 상무 역시 소액주주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경영권 분쟁을 진행해왔다.
지난 2021년도에는 사측안이었던 보통주 4200원 배당 보다 훨씬 큰 1만1000원의 배당을 주주제안했으며, 사측이 보통주 1만원의 배당을 제안했던 지난 2022년도에는 1만4900원의 배당을 주주제안했다. 다만 해당 안건들은 주주총회에서 모두 부결됐다. 주주제안 후보 추천을 통한 이사회 진입 시도도 실패했다. 박 전 상무가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
다만 행동주의펀드와의 연대로 사측의 자사주 소각을 이끌어낸 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박 전 상무는 올해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운용에 의결권을 위임했다. 차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0.03%도 공시하며 특수관계에 포함했다. 차파트너스는 의결권을 위임받은 뒤 자사주 전량 소각안을 주주제안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주제안 이후 50% 소각안을 내놨다.
안효섭 한국 ESG연구소 본부장은 “20년 동안 보유하던 자사주를 금호석유화학 경영진이 소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박 전 상무는 자사주 소각으로 잠재 우호 지분을 덜어내는 효과도 얻었다. 금호석유화학은 향후 자사주 50%를 소각하기로 한데다, 자사주를 향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 측은 자사주 소각과 경영권 분쟁이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오랜 고민이었고, 정부의 밸류업 정책 시행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 가치제고를 위한 결정이었다”며 “남은 자사주도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주주환원 이끌어낸 건 긍정적, 주가 하락은 기회
그러나 경영권 분쟁 이후 금호석유화학이 전향적인 주주환원에 나선 건 사실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시가배당률 1%대의 배당을 실시했다. 연결배당성향(배당총액/연결순익)도 10% 내외였다. 금호석유가 주주환원을 크게 늘린 건 박 전 상무와의 주총 표대결이 있던 2021년의 다음해인 2022년부터다.
당시 2021년 결산배당을 결정하며 전년도 배당총액(1158억원)의 2배가 넘는 2809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2022년과 지난해 배당총액은 감소했지만 자사주 매입을 합친 연결 기준 주주환원율(자사주매입과 배당총액의 합/연결순익)은 각각 29.06%, 39.48%로 2021년 주주환원율(14.29%) 대비 크게 늘었다. 특히 2021년말 OCI홀딩스와의 자사주 17만주를 교환한 이후에는 같은 양의 자사주를 곧장 소각하기도 했다.
박 전 상무 입장에서는 업황 부진으로 올해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주가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의 최근 전망도 부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총 8개 증권사가 금호석유화학의 목표가를 하향했다. 목표가를 올린 곳은 IBK투자증권 한 곳뿐이다. 동일업종 대비 밸류에이션도 낮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박 전 상무가 주주총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만큼 내년 주주총회에서도 새로운 전략을 들고 올 걸로 본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운용 관계자 역시 “(박 전 상무가) 올해 주주총회 당시 지분은 그대로 갖고 있다”며 "(항후)지분 매도 계획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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