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증가한 전문 인력 수요…"해외 우수 인재 확보가 관건"
한류에 반한 유학생에 인턴십·채용박람회 등 채용 연계 지원
유학생 전공 다양화·양질의 일자리 확보는 과제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학년당 학생 수가 한자리인 경우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지난 6월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인구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한 부산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지방소멸을 더욱 앞당긴다.
부산시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 유학생이 대거 몰리는 기회를 잡고자 한다.
부산만이 갖춘 자연환경, 도심 인프라 등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매력을 느낀다면, 단순히 체류하는 것을 넘어 이들을 또 한명의 부산 시민으로 유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 학령인구 감소에 청년층 이탈까지…활력 잃은 도시
학령인구 감소는 부산에 남아있는 청년층이 줄어 도시의 활력을 잃게 한다.
2021년 30만5천546명이었던 부산지역 초·중·고 학생 수는 2022년 30만2천761명, 2023년 29만9천961명으로 줄었다.
2000년 62만2천96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년 새 반 토막 난 것이다.
줄어든 학령인구에 수도권 선호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부산에 남아있는 청년층은 자연스레 줄었다.
지역 발전의 근간이 되는 20∼30대 인구가 감소하면서 도시는 활력을 잃고 지방소멸은 가속화한다.
특히 부산은 시·도간 전출입 인구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나, 경제활동 연령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출 규모가 큰 편이다.
지난해 부산시의 청년 인구(18∼39세) 순유출은 5천943명으로 전체 1만1천432명의 52%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산에서는 빈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부산의 전자·연구 개발과 전략사업 분야와 관련해 향후 1년 이내 채용 예상 인력을 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전문 인력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부산에서는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가 늘고, 전략산업과 관련해 전문 인력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전자, 연구개발에서는 석·박사 인력을, 전략사업 업계에서는 기계, 소프트웨어, 자동차 분야에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에 있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해결책으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 유학생 유치로 인재 확보하고 인구절벽도 해결
"부산과 외국을 이어주는 국제 관련 업계에 취업하고 싶습니다."
동아대에 재학 중인 카자흐스탄 국적의 유학생 아루잔(24)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21일 이렇게 말했다.
국제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고향에는 바다가 없는데 부산에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다"며 "사람들도 정말 친절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졸업하면 꼭 부산에서 취업해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이 떠나는 부산이지만, 이루잔 씨처럼 부산에 남고 싶어 하는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
부산시는 이들을 새로운 부산 시민으로 맞이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지원하는 부산시 글로벌 도시재단은 지난해부터 유학생과 지역 기업을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학생들이 부산에 있는 대학 22곳에서 단순히 공부만 하다가 떠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이곳에서 계속 거주하며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는 유학생의 취·창업 지원 중 하나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9개국에서 온 77명의 학생이 참여해 7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학생 11명이 기업 8개소에서 체험·채용 연계형 인턴십 프로그램 활동에 참여했다.
중국, 일본, 미얀마, 파키스탄, 가나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은 호텔이나 관광 등 서비스업이나 컨벤션업, 무역업, 임대업 관련 기업에서 두 달 동안 근무했다.
부산시 글로벌도시재단 관계자는 "취업 특강과 함께 멘토링 프로그램을 비롯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작성하고 비즈니스 매너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에는 유학생 500여명과 기업 20여곳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지역특화형 비자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그 결과 면접을 거쳐 현재 유학생 10여명이 기업에 채용되거나 채용 대기인 상태다.
부산시 글로벌 도시재단 관계자는 "부산은 산, 바다 등 우수한 자연환경을 갖춘 동시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유학생들 사이에서 거주하기에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한국 문화를 좋아해서 유학 온 이들이 부산에서 취업해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에서는 이에 발맞춰 올해 초 비상경제 대책회의를 열고 유학생 유치 양성 방안인 'Study Busan 30K Project'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역대학, 산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외국인 유학생 수를 현 1만3천명에서 3만명으로 늘리고, 유학생의 이공계 비율을 현재 12%에서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취업·구직 비자 전환율은 22%에서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앞으로 유학생들의 전공과 인력을 구하는 업계가 한정적인 문제는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유학생 대부분은 인문이나 사회 계열이 많으며,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업종 역시 서비스업이나 제조업에 몰려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공계 출신의 전문 기술을 가진 유학생들이 부산에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부산이 관광산업이 발달해 있다 보니 유관 업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업계에서 취업하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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