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미국 국무부 소속 외교 대표단이 20일(현지시간) 시리아를 찾아 과도정부를 이끄는 반군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 수장 아메드 알샤라(옛 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를 만났다.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버라 리프 근동지역 담당 차관보, 대니얼 루빈스타인 전 시리아 담당 특사, 로저 카스텐스 인질 문제 담당 특사 등 미국 대표단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알샤라를 면담했다.
미국이 공식 사절단을 보내는 것은 지난 8일 HTS가 승리한 후 처음이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 발발 이듬해인 2012년 양국 외교관계를 끊고 다마스쿠스 주재 대사관을 폐쇄했었다.
애초 대표단은 회동 뒤 방문 성과를 브리핑할 예정이었지만 보안상 이유로 회견 일정이 취소됐다. 시리아의 한 관리는 "회동이 있었고 긍정적이었다"고 언급했다고 AFP는 전했다.
미국 측은 시리아 과도정부와 정권 이양 방안, 인권, 테러조직 소탕, 화학무기 폐기, 이스라엘과 관계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란이 지원한 바샤르 알아사드 전 시리아 정권에 각종 경제제재를 부과했고 2018년에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으로 출발한 HTS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하지만 HTS가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고 내전 승리를 선언한 후 포용적이고 온건한 통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는 점을 고려해 이런 조치들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대표단 파견도 시리아의 '실권자'가 된 알샤라를 직접 만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아사드 정권 하에서 중동의 요충지 시리아를 사실상 이란에 내준 미국으로선 새로 들어선 정권과 우호적 관계를 맺는다면 이란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이날 중동 내 미군을 총괄 지휘하는 중부사령부는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해 고위급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유지한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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