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를 포위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때문에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에 참여하지 못했다”라는 발언에 민주당 인사들이 “내란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시민들을 비난하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같은 당인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도 나 의원을 향해 “시위대는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나경원, 정치를 경박하게 해”
민주당은 20일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국회를 포위해 경내에 들어가지 못했다”라고 주장한 나 의원을 향해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 한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 해제 표결 불참 이유가 계엄에 반대한 국민 때문이라는 나경원 의원,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고 일제에 저항한 국민들을 밀고한 자들의 인식과 뭐가 다른가”라고 했다.
이어 전 최고위원은 “형법 제87조 내란죄 제3호 '내란에 부화수행한 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나와 있다”며 “형법 제90조는 내란죄를 선동, 선전한 자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도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 한다”며 당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 내용을 거론한 뒤 “국회를 포위한 것은 경찰이고 본인이 당사에 도착한 때 담 넘어 국회로 들어온 국민의힘 의원도 분명 있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이어 “그런데 어떻게 감히 민주당 지지자를 걸고넘어지나. 들어오기 싫었거나, 들어올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러니까 요즘 국민의힘을 두고 반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선우 의원도 20일 오후 SNS에서 나 의원을 향해 “궤변을 늘어놓을 바에야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라며 “정말 정치를 경박하게 한다”고 비난했다.
강 의원은 “세상에서 제일 후진 정치가 바로 국민을 탓하는 정치”라며 “명색이 판사 출신인데, 그 정도 판단도 안 되냐”고 꼬집었다.
같은 지역구 민주당 지역위원장인 류삼영 전 총경도 나 의원을 향해 "적반하장이다. 동작주민들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류 전 총경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쿠데타를 제지하려고 추운 날씨에도 밤새워 국회를 지켜낸 애국시민들을 모욕하고 탄핵에도 반대하는 나경원 의원의 이런 행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현충원이 있는 동작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며 "동작주민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나 의원을 향해 "계엄군을 막으러 온 국민들 때문에 국회에 못 들어왔다고, 목숨을 걸고 국회를 지키려 했던 국민들 탓을 하는 건가. 국민들 때문에 못 들어왔다고?"라며 "정말 정신 좀 차리라. 지금 나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날 한걸음에 달려온 국민들 덕분이다. 진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정진욱 의원도 “그 시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국회가 아닌 당사로 오라고 계엄 해제를 못 하게 교란했다”며 “나 의원은 어디로 가려고 했나.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본회의장인가, 결과적으로 계엄에 동조했던 당사인가”라고 반문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앞에 있었던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SNS을 통해 "나 의원님. 저 말인가? 그날 밤 계엄군 국회 진입 막기 위해 국회로 한달음에 뛰어간 저 때문에 본회의 참석 못 했다고 핑계 대시는 거냐"며 "진짜 무슨 초특급 X소리를 이렇게 함부로 하시냐"고 직격했다.
그는 "이제는 하다 하다 내란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시민들을 비난한다. 웃기지도 않은 개그를 펼치는 용기도 대단하고 착각도 대단하다"며 "탄핵 반대표 던진 건 문자 보낸 시민들 탓으로 돌리려는 건가. 그저 황당하고 분노스럽다. 당장 얼토당토않은 발언 취소하고 국민께 사과하라"고 했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 “시위대,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
나 의원의 발언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국회 경내가 모두 포위돼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시위대는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 전 대변인은 지난 19일 SNS을 통해 “계엄의 밤 새벽 3시30분경 나는 긴급 전략기획본부 회의 소집으로 국회 로텐더홀에서 당사로 혼자 이동해야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막 나가려는데 밖은 민주당 지지자와 시위대로 가득했다”며 “시위대 중 일부가 나를 알아봤다. ‘안에 어때요? 뭐하고 있어요?’ 시위대들은 (내가)우리 당 대변인인 것도 알고 있었지만 국회 내부 상황을 예의 있게 물어봐줬다”고 전했다.
이어 “시위대는 전혀 적대적이지 않게 대답해줬다”며 “종종 알아보는 분들도 있었으나 시위대는 내게 전혀 위협을 가하거나 욕설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전 대변인은 그러면서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의 험한 말에 국회로 가지 못했다 한다”며 “김재섭 의원은 국회 담벼락을 넘다가 피딱지가 질 정도로 무릎이 까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170명 정도가 담장을 넘어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면 보좌관들의 보호도 받을 수 있다. 도대체 뭐가 무서웠던 건가”라며 “전쟁이 나거나 이번 계엄 같은 유사 사태가 벌어질 때 국회에 갈 용기 정도는 있어야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계엄 해제 요구 반대한 것 아냐”
앞서 나 의원은 12·3 불법계엄 사태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 다수가 국회에서 열린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국회 경내가 모두 포위돼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19일 주장했다.
나 의원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어떻게 일찍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이 부랴부랴 국회 경내로 들어오려고 했을 때 이미 민주당 지지자들로 국회가 모두 포위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부 (국민의힘) 위원들은 국회 경내로 들어가려다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심한 말을 듣고 (들어가지 못했다)”며 “우리 모두 당사로 복귀해 해제 요구를 (했다). 그래서 저희가 당사에 있었지만 똑같은 의미였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국민의힘 위원들이 해제 요구에 모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해서 해제 요구에 반대한 것도 아니었다”며 “이 방에 어느 위원도 대통령의 계엄을 해야 될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위원은 아무도 없다. 대통령께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그러면서 “이제 차분해져야 한다”면서 “계엄 사태를 지나서 이제는 탄핵 절차가 끝났다. 헌법 절차, 법의 절차가 있다. 거기에 맡기고 우리는 국회에서 해야 될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지금 국민 때문에 못 들어왔다는 것인가”,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당사로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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