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에 쏟아지는 공약들···현대-삼성, 총성 없는 전쟁 본격화

한남4구역에 쏟아지는 공약들···현대-삼성, 총성 없는 전쟁 본격화

뉴스웨이 2024-12-20 17:19:53 신고

건설업계 맏형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한강변 정비사업 대어인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양사는 파격적인 공약들을 내놓으면서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은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3층, 51개동, 2331가구 규모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해 올 하반기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로 꼽혀왔다. 조합원 수가 1160여명으로 한남2·3·5구역보다 적고 일반분양 물량도 1981가구에 달해 수익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공사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단지명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을 제안했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단지명은 '디에이치 한강'이다.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에서 업계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맞붙었다. 두 회사가 시공권 경쟁에 나선 것은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이후 17년 만이다.

두 건설사는 일찌감치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건설사와 조합 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지만, 양사는 조합이 제시한 것보다 적은 공사비를 책정하고 책임준공 등 조건까지 내걸었다.

현대건설은 조합이 제시한 금액보다 800억원 이상 낮은 1조4855억원을 제시했다. 조합원당 부담금은 7200만원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또한 이주 철거 후 즉시 착공과 공사중단 없는 책임준공을 확약하며 49개월의 총 공사 기간을 제안했다.

삼성물산은 공사비를 1조5695억원으로 제시했다. 착공 시점까지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분 314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공사비 총액에 발코니 확장공사 원가를 포함해 일반분양 가구의 발코니 확장비는 조합에 돌려준다는 방침이다. 공사비 지급 조건으로는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을 내세웠다.

양사 모두 사업비 조달, 이주비·분담금 등의 금융지원책도 내놨다. 현대건설은 사업비 전액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가산금리 0.1%포인트(P)를 더한 수준으로 책임 조달하기로 했다. 이주비도 가산금리 0.1%P에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시중금리가 연 3%라면 연 3.1% 금리로 이주비를 지원하는 것인데, 삼성물산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삼성물산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없이 필수사업비와 사업촉진비 등 조합이 필요한 사업비에 대해 3조원 이상 책임 조달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으로 지급 보증을 선다면 금융권 최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분담금 최대 4년 유예와 이주비 최저 12억원도 보장했다.

공사 지연·미분양에 대한 책임도 건설사들이 지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49개월 책임준공에 더해 아파트와 상가에서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일반분양가에 대물변제하기로 했다. 삼성물산도 공사 지체 일수마다 계약금의 0.1%를 보상하고 아파트와 상가 미분양은 일반분양가에 대물변제하겠다고 조합에 제안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모두 해외 유명 건축사사무소와 손을 잡았다. 현대건설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협업했다. 삼성물산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과 네덜란드 뫼비우스 하우스 등을 설계한 유엔스튜디오와 함께 설계를 진행했다. 조경에서도 두바이 부르즈할리파와 미국 디즈니랜드의 조경을 기획한 'SWA'를 섭외했다.

그러나 양사가 내세운 조건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가 상당하다. 시공사 선정 후 맺는 공사계약 과정이나 착공을 앞두고 진행되는 증액협상에서 제안서의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비용 지출이 많아 수주를 하더라도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원자재값 상승과 환율 급등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 중인데도 양사 모두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보다 낮은 금액을 입찰가로 써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남4구역 수주전은 차후 벌어질 비슷한 규모의 사업장 전초전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양사의 파격적인 조건들이 정비사업 판도에 부작용을 낳을까 우려된다"면서 "또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비용 지출이 많아 수주를 하더라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남4구역의 최종 시공사는 내년 1월18일 결정될 예정이다. 오는 23일 1차 합동 설명회를 시작으로, 내년 1월4일, 1월11일 등 두 차례 합동 설명회를 더 진행한 뒤 조합원들의 투표를 거쳐 최종 시공사를 선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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