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정환 기자]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민 이혜리씨(35)는 대학교 4학년 때 한 친구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이주했다. 한국어가 서툴던 그는 청소와 요리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시어머니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첫날부터 "아내는 항상 인내하고, 남편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 들었고, 타국에서 혼자 며느리로 살아가는 설움에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며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혜리씨는 포기하지 않고 언어의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6개월간 노력한 끝에 한국어능력 시험에 합격했고, 그제야 시어머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시어머니는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대학 졸업이라는 며느리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여러 해 동안 모은 돈은 등록금으로 내줬다.
이혜리씨는 "처음 시집왔을 때는 어머님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해 너무 밉고 불평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마음의 장벽이 사라져 모녀처럼 찜질방도 같이 가고, 쇼핑도 같이한다"며 "어머님은 좋은 남편을 주셨고, 인생의 귀중한 교훈을 가르쳐 주셨고, 사람을 보는 법을 가르쳐 주신 두 번째 엄마"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원은 지난 18일(수) 제17회 결혼이주민과 배우자의 모국어로 쓰는 한국살이 체험담 공모전과 제7회 이주배경 청소년 온라인 백일장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아시아여성연구원이 주최하고 하나금융나눔재단이 후원하는 이 공모전은 다문화 가정의 일상과 한국 생활 이야기를 통해 이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다.
이혜리씨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은 이 글로 제17회 결혼이주민과 배우자의 모국어로 쓰는 한국살이 체험담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제7회 이주배경 청소년 온라인 백일장 공모전에서는 중국 부모님을 둔 자신의 정체성과 꿈에 대한 고민을 불꽃놀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함유진씨(21)가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 두 공모전에 총 102명이 응모했고 총 3차에 걸친 심사 끝에 27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공모전 심사를 맡은 김경아 숙명여대 순헌칼리지 교수는 “이번 두 공모전은 결혼이주여성, 배우자, 이주배경 청소년, 대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일상을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며 “다른 언어와 문화, 낯선 환경에 정착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이들은 우리의 이웃으로, 친구로 모두 가족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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