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희생자 신철절차 몰라 미결정 상태로 재심 개시 신청
재심개시·관할권 두고 검찰 항고해 장기화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제주 4·3 희생자로 결정되지 않은 일반재판 수형인 중에서 처음으로 재심을 받은 4·3 수형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박재성 부장판사)는 20일 제주 4·3 피해자 고(故) 한상용(2017년 사망) 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한씨는 1949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남로당원을 도왔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경찰에 체포돼 1950년 2월 광주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만기 출소한 한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해 그의 아내가 물질 등으로 3남매를 포함한 가족의 생계를 꾸렸다.
한씨의 가족들도 연좌제와 사찰에 시달리는 등 고통을 겪었다.
한씨는 평소 고문 등 트라우마 때문에 4·3 피해에 대한 언급을 꺼렸고, 유족들도 제주 4·3 희생자 신청 절차를 잘 몰라 정식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로 재심 개시를 요청했다.
제주 4·3 군사재판 수형인 총 2천530명 중 1천479명이 제주지법 제주4·3사건전담재판부 등에서 진행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올해 8월 기준)받았으나, '희생자 미결정 일반재판 피해자'는 한씨가 처음이어서 4·3 재심의 사각지대로 지목됐다.
한씨의 유족은 뒤늦게 4·3 희생자 신청을 해 재심 개시 결정 이후인 지난 8월, 4·3 희생자로 공식 인정받았다.
2023년 재심 개시 결정 제주지법 재판부는 "재심 청구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데다 그동안의 4·3 관련 조사나 연구 결과를 볼 때 한씨가 불법 구금이나 고문을 받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유족의 진술 청취 외 다른 심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4·3 위원회 희생자 결정 심사에 준하는 객관적 조사를 거쳐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항고했고, 재판도 제주가 아닌 광주에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검찰 항고에 법원은 한씨의 재심 관할 법원은 광주라고 판단했다.
광주에서 열린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면서, 한씨는 4·3 사건으로 형사처벌 받은 지 74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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