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후에서 기획·주도한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이른바 '롯데리아 계엄 모의' 참석자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급부상하고 있다.
20일 <한겨레>는 노 전 사령관이 지난 9월부터 정보사령부 출신 전현직 군인으로 구성된 군사조직을 가동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특히 그가 정보사 소속 김모 대령, 정모 대령 등에게 '중·소령급 35명을 선별하라', '정보특기로 선별하고 호남출신은 배제하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실(국회 국방·정보위원)에 접수된 제보를 출처로 이같이 전하며, 실제로 인원 선별이 이뤄졌고 문상호 현 정보사령관은 10월말 김 대령에게 이를 보고받았으며 11월 10일께부터 이들 인원의 휴가를 통제하고 위수지역 내 대기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1962년생인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18년 부하를 성추행한 혐의로 불명예 제대했으며, 최종 계급은 육군 소장이다. 소장의 연령정년은 59세이고 예비역 정년도 현역정년과 같기에 그는 '예비역'도 아닌 '퇴역', 즉 완전한 민간인 신분이다. (군인사법 41조 및 병역법 66조 규정)
노 전 사령관은 전역 후 역술인들과 동업을 하며 명리학자로서 사주를 봐주는 등의 일을 하기도 했다고 JTBC <뉴스룸>이 19일 보도했다. 방송은 "취재진과 만난 한 주민은 노 전 사령관을 아예 '남자 보살'로 기억했다"며, 노 전 사령관 거처를 찾아가자 3명의 역술인이 집에서 나와 '노 전 사령관은 우리와 동업자', '영적인 끼가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같은날 한국방송(KBS) <뉴스9>는 노 전 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 사흘 전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을 장관 공관에서 독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의 일로, 이는 노 전 사령관의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 하루 전이며 김 전 장관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대동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당일이다.
KBS는 "검찰은 이날 공관에서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 사이에 선관위 서버 확보 등 구체적 계엄 관련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검찰이 "김 전 장관 공관에 드나든 추가 인물이 또 있는지 살필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한 SBS <8뉴스>는 문상호 사령관이 김용현 전 장관으로부터 "노상원의 지시가 내(장관) 지시"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공수처·경찰 공조수사본부 소환조사에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퇴역군인인 노 전 사령관의 지시·명령을 정보사 현역군인들이 고분고분 따른 데에는 이같은 김 전 장관의 비호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조본 고위관계자는 방송에 "김 전 장관 명령에 따라 문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이 시키는 대로 각종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계엄 당일 전차부대 지휘관인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준장)을 경기 성남 판교의 정보사 부대 사무실에서 대기한 것도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여단장은 이달 3~4일 이틀간 휴가까지 내고 정보사에서 대기하면서 직속상관인 1군단장에게는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가 같은날 보도했다.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구 여단장이 계엄 당일 판교에 있었다는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당내 기구인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의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언급됐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은 회견에서 "그간 알려진 것보다 훨씬 대규모로 군 고위·현역직위자들이 개입됐다"며 "12월 3일 18시경부터 정보사 판교 사무실에서는 문 정보사령관, 김봉규 심문단장, 구삼회 여단장 등이 모여들고 있었다고 한다"고 자체 진상조사 및 제보 내용을 근거로 밝혔다.
민주당은 "2기갑여단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기갑여단으로 (육군 주력전차인) K1A2로 무장한 3개의 전차대대가 배속돼 있다"고 지적하며, 특히 김용현 전 장관이 12월 3일 계엄선포 당일 오전 11시 40분 국방컨벤션센터 오찬에서 "국회가 국방예산으로 장난질인데 탱크로 확 밀어버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관련 인원(구 여단장)이 그 자리(정보사 사무실)에 갔는지, 어떤 배경으로 갔는지 등은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할 것"(전하규 대변인, 19일 정례브리핑)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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