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넷플릭스의 '엑스오, 키티'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도 출연한 바 있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정윤하는 이번 시리즈 '트렁크'를 통해 격정적인 감정 연기, 과감한 노출 연기 등으로 존재감을 부각했다.
어떻게 감독의 눈에 들었냐는 질문에 "제주 살이를 하던 중 친구를 통해 연락을 받고 감독님을 만났다. 3회에 걸친 오디션 겸 미팅을 했고 12시간이 넘는 리딩을 하며 이 역할을 맡게 되었다. 제가 살아온 이야기나 가치관에 대해 당당하다고 느끼셨는지 서연의 이미지에 적합해서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며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많은 작품에서 조연을 해 왔지만 공유, 서현진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연으로 당당한 데뷔를 한 정윤하다. 그는 "시리즈 공개 이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다양한 의견이 있더라. 제겐 이 작품이 첫 작품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먼데 많이 노출되는 만큼 장점과 단점이 다 보이는 거라 긴장된다"며 소감을 밝혔다.
첫 주연작의 글로벌 공개에 많이 들뜰 만도 한데 정윤하는 애써 감정을 누르며 "좋은 작품을 만나는 기회가 주어지는 건 큰 일이다. 오랜 시간 이 일을 해오고 잇기에 그게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잘 안다. 기대와 책임감으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마음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정윤하가 연기한 인물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남편에게 기간제 결혼을 제안하고, 이혼 후에도 여전히 집착하며 맹목적인 사랑을 원한다. 자신에게 매달리는 전남편을 보며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지금의 기간제 남편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다.
정윤하는 "대본을 받고 4개월 후부터 촬영을 했는데 그 사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이 인물을 이해하려 했다. 병명 진단도 내려달라 부탁드렸더니 '자기애성 인격장애'라고 하시더라. 이 인물의 양가적인 감정이 언제부터 생기면 좋을지 많이 연구했고 1부부터 8부까지의 감정의 흐름과 스토리를 검토하며 캐릭터를 채워갔다. 지금까지 배웠던 다양한 연기방법론을 모두 접목하며 파악했던 캐릭터라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던 과정이었다."며 복잡하지만 이해하지 않으면 연기할 수 없었던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설명했다.
심리학을 연기하며 많이 반영했다는 정윤하는 "앉을 때의 손모양이나 몸의 방향성을 신경 썼다. 배꼽을 향해 몸을 돌리면 심리적으로 마음이 가는 것이다. 손으로도 이서연의 감정을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 오랫동안 있어왔던 이서연의 결핍은 끝내 폭력이나 과격이 아닌 관찰과 관음으로 발현되었다 생각했다. 파괴적인 악역보다 미성숙한 내면이 튀어나오는 사람으로 설정했다."며 캐릭터를 이야기했다.
어찌 보면 악역일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정윤하는 "계속 나쁜 워딩을 쓰며 연기를 했고,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게 유쾌한 일이 아니더라. 신을 찍고 나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제일 많이 했었다"며 연기하며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여배우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노출, 배드신도 있었다. 정윤하는 "감독님과 가장 많이 회의하고 찍었다. 상대 배우와 액션 연기라 생각하고 합을 맞췄다. 촬영, 조명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줘서 잘 나온 장면이라 생각하는데 과하다는 평도 있더라. 또 다른 관심이라 생각한다. 관점이고 의견이니까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촬영 과정과 이후의 장면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가장 어려웠던 씬이 노출씬이 아니었을까 했지만 의외로 건설 현장 엘리베이터에서 서현진과 싸우는 씬이었다고. 정윤하는 "이서연은 건축가여서 14층에서 노출형 엘리베이터를 타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 생각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계속 타고 덜컹하고 내려가서 무서움이 가시지 않았다. 연기적으로 티 내고 싶지 않아서 엄청 신경 썼다. 서현진이 거의 다 리드를 해줘서 믿고 갔다" 어려웠던 이유를 설명했다.
몇 달 전 암에 걸렸다며 SNS에 소식을 올렸던 정윤하다. 지금 건강은 괜찮으냐고 물으니 "다행히 양성이어서 경각심을 가지고 건강관리를 잘해야겠다 생각하는 중이다. 그때는 재발된 건가 싶어서 너무 놀라고 심적으로 괴롭고 힘들었다. 요즘은 마음 챙김, 나의 건강, 나의 행복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내가 행복해야 타인을 돌보고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배우로서도 그런 마음 챙김이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며 마음 건강에 더 많이 신경 쓰고 있음을 알렸다.
이제 첫 주연을 했을 뿐인, 미래가 더 기대되는 정윤하다. "최대한 다양한 인물에 도전하고 싶고 연기를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정윤하는 "연기자로서는 어제보다 더 나은 배우가 되는 것이 소망이고, 인간적으로는 소신을 가지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지켜가며 타인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자신이 꿈꾸는 인간상과 배우상을 밝혔다.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 '트렁크'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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