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국회에 병력 1000명은 보냈어야 한다"고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 등 계엄 주도세력을 질타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윤 대통령 측이 '소수 병력만 동원한 경고 차원의 계엄 선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배치되는 정황이다.
2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최근 군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4일 새벽 1시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자 같은날 1시20분께부터 약 30분간 합참 전투통제실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에게 "국회에 병력을 얼마나 넣었나?"라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이 "500명 정도"라고 답하자, 윤 대통령은 "거봐, 부족하다니까. 1000명은 보냈어야지"라고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회의는 이른바 '결심실'로 불리는 합참 내 회의실에서 이뤄졌고, 김 전 장관 외에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최병옥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회의 분위기는 침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법률지원을 하고 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과 전 세계에 타전될 회견을 통해 '나 내란 합니다'라고 하고서 하는 내란이 어디 있느냐", "두세 시간 만에 국회에서 그만하란다고 그만하는 내란이 어디있느냐"면서 "실무장하지 않은 상태로 300명 미만의 군인들이 그날 국회로 간 상황이다. 그 넓디넓은 의사당 주변에 그 정도 인원밖에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석동현 "尹, 체포의 '체' 자도 꺼낸 적 없다")
김 전 장관은 연일 옥중에서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문을 내며 계엄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19일 낸 2차 입장문에서 "12.3 비상계엄은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미래 세대에게 자유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한 계엄"이라며 "대한민국 국군의 계엄사무 수행은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선포한 계엄의 뜻을 받아 장관인 제가 명을 내린 이상 이것을 수행한 사령관들과 부하 장병은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며 "검찰이 불법 수사로 국군을 모욕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석 변호사나 김 전 장관 등의 '계엄 선포는 정당한 것'이라는 취지 주장은 보수세력 내에서도 외면받는 분위기다. <중앙>은 지난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일·결혼기념일·대선승리일 기념 만찬에서 한 참석자가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사회 혼란이 극심했는데 혹 계엄을 검토하지는 않으셨나'라고 묻자, MB가 "그런 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는 참석자 전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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