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온다③] 책으로 시작된 인생 2막, 북인플루언서 책여사

[독서가 온다③] 책으로 시작된 인생 2막, 북인플루언서 책여사

투데이신문 2024-12-20 10:55: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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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플루언서 책여사 인스타그램 프로필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패션, 뷰티, 여행,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가 독서에도 등장했다. 책여사는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책에 대한 정보를 짧은 영상으로 다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인플루언서’란 소셜 미디어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지칭한다. 이들은 유행을 쫓으며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를 자신만의 콘텐츠로 발 빠르게 재탄생 시킨다.

책여사(본명 이지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책을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북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기 쉬운 1~2분 내외의 짧은 숏폼 영상이 책여사의 주요한 콘텐츠이다. 서로 상반된 성격의 책과 SNS를 동시에 다루며 독서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모습이다.

책여사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북인플루언서 이지혜 [사진제공=본인]
책여사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북인플루언서 이지혜 [사진제공=본인]

우연한 책과의 만남, 북인플루언서의 시작

SNS에서 14만 팔로워(소셜 미디어에서 특정 사람의 계정을 구독하며 그 사람의 활동을 지켜보는 사람을 의미)를 보유한 북인플루언서 책여사는 사실 책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10년 전, 뜻밖의 교통사고로 긴 회복 시간을 보내게 된 그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우연히 접한 책 한 권은 사고 후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힘들어하는 시간을 위로했다. 그는 책을 통해 공감과 치유를 경험한 이후 많은 책을 읽으면서 더욱 책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래서 라디오처럼 청취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인 팟캐스트를 시작했고,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낭독 등의 콘텐츠를 공유했다. 이후 일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끼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게 된 것이다.

30일의 도전과 성공

책여사를 ‘인플루언서’ 반열에 오르게 만든 것은 그의 꾸준함이다. 그는 책과 관련된 게시물을 꾸준히 올리며 팔로워를 1만5000명까지 늘렸다. 그러다 지난 2022년경, 책 계정을 본격적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는 릴스(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숏폼 영상)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후 콘텐츠의 돌파구로 릴스를 선택한 책여사는 익숙하지 않은 플랫폼에 적응하기 위해 30일 동안 매일 업로드하는 도전을 했다고 밝혔다.

북인플루언서 책여사의 책 소개 게시물
북인플루언서 책여사의 책 소개 게시물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던 책여사는 “책을 읽는 것이 직장생활의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주로 출근 전, 새벽 시간대를 활용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 콘텐츠를 제작했다. 

책여사는 30일 릴스 도전을 이어가던 중 벵하민 라바투트 작가의 <매니악> 리뷰 영상이 해외에서 유행하는 것을 포착했다. 이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영상은 하룻밤 사이에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팔로워 수를 많이 늘렸다. 그는 이를 계기로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방향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뒤로는 멋지고 화려한 방식보다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하는 편이라고 한다.

독서의 재미, 한 사람이라도 더

책여사는 SNS로 책을 소개하게 된 이유에 대해 “책이 충격적으로 재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매니악’ 릴스는 팬의 입장에서 영업하는 마음으로 제작한 콘텐츠라며 “한 사람이라도 더 책을 읽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콘텐츠 제작의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책여사는 자신이 재밌다고 느끼는 책이라면 최대한 소개하려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외 소설을 주로 다뤘지만 최근에는 외부 요청을 통해 청소년, 아동 서적, 신간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검토하면서 좋은 책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어 “책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개할 수 있는 북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있지만 사람들로부터 책을 추천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책여사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취향 동지’라고 칭하며, 이들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하나씩 발견하는 것이 기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취향 동지들과 함께 새로운 즐거움과 의미를 주는 작품들을 앞으로 더 다양하게 소개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 북인플루언서 책여사, 이지혜
▲ 북인플루언서 책여사, 이지혜
[일문일답] 북인플루언서 책여사

Q. 인기를 실감하는지.

팔로우 통계를 보면 80%가 서울, 경기권 거주자다.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살다보니 일상생활에서 인기를 실감할 기회가 없었다. 오히려 남편이 ‘책여사’의 인기를 더 의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갈 때도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 아니냐며 옆에서 바람을 넣었다. 그런데 최근 참석한 오프라인 자리에서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팔로워 수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실감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참석해 환대와 애정을 보내주셨다. 이분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하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나의 영향력이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요즘 독서 문화에 대한 생각은.

‘독서’를 멋지다고 생각해주는 이 문화가 반갑다. 나 역시 사고 이전까지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이었기에 독서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독서를 하나의 유행처럼, 문화로 받아들이는 이 문화를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책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상태에서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독서의 매력이다. 단순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만으로도 독서를 시작하기에 충분하다. 요즘처럼 부담 없이 독서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문화가 참 좋다.

Q. 앞으로의 행보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7~8년간 SNS를 운영해왔는데, 최근 다니던 회사를 퇴사해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북클럽, 강연 등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활동도 확장하려고 준비 중이다. 또, 책을 읽고 콘텐츠를 만드는 현재의 활동 방향을 유지할 계획이다. 책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기쁨을 나눌 방식을 고민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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