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앤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홋스퍼 감독이 실수로 인한 실점보다 중요한 건 많은 골을 넣고 승리한 거라 말했다.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전을 치른 토트넘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4-3으로 꺾었다.
사실 토트넘은 이 경기를 여유롭게 이길 수도 있었다. 전반 15분 페드로 포로의 중거리슛을 알타이 바이은드르가 겨우 쳐냈고, 여기에 가장 먼저 반응한 도미닉 솔랑케가 골대를 맞고 들어가는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1분에는 손흥민의 패스에 이은 제임스 매디슨의 크로스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멈춰세웠으나 옆에 있던 데얀 쿨루세프스키가 이를 밀어넣어 추가골을 넣었고, 후반 9분에는 제드 스펜스의 스루패스를 솔랑케가 마무리하며 3-0까지 격차를 벌렸다.
그러나 프레이저 포스터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 두 번이 흐름을 완전히 바꿔놨다. 맨유는 후반 19분 포스터가 옆으로 보낸 안일한 패스를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가로챈 뒤 패스한 걸 조슈아 지르크제이가 밀어넣으며 만회골에 성공했다. 이어 후반 25분에는 포스터가 시간을 끄는 틈을 타 아마드 디알로가 압박을 전개했고, 포스터의 패스를 슬라이딩 태클로 차단한 게 그대로 골문에 들어가며 3-2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다.
토트넘은 가까스로 리그컵 4강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후반 43분 코너킥 키커로 나서 왼쪽에서 골문 쪽으로 휘어지는 코너킥을 구사했고, 이것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바이은드르 골키퍼가 루카스 베리발의 방해 속에서도 손을 뻗었으나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맨유는 후반 추가시간 4분 디알로의 코너킥을 조니 에반스가 넣으며 4-3으로 따라붙었으나 동점까지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당연히 포스터에게 혹평이 뒤따랐다. 런던 지역지 ‘이브닝 스탠다드’는 “후방에서 두 번의 실수로 인해 토트넘은 동점까지 따라잡힐 위기에 처했다”라며, ‘풋볼 런던’은 “최근에 잘한 건 인정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3-0으로 순항할 수 있던 경기를 단숨에 바꾸며 좋지 않은 밤을 보냈다”라며 팀 내 최저점을 부여했다.
그래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포스터를 감쌌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첫 번째 실점이 아마 그의 자신감에 영향을 미쳤을 거고, 두 번째 실점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포스터는 훌륭한 선수이며,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게 해준 선수다. 이 선수들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다”라며 굴리엘모 비카리오의 부상에도 토트넘이 버틸 수 있었던 건 포스터 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스터가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계속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빌드업을 시도한 이유도 밝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6년 동안 감독을 하면서 한 경기에서 실수가 여러 번 나온 걸 봤지만, 항상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많다고 느껴왔다”라며 “우리의 신념에 대한 확신을 이어가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팀이 될 수는 없었을 거다.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지 마라’라고 말할 걸 알지만 그러면 우리는 4골, 5골을 기록하는 팀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선수들이 승리를 향해 나아갈 거라 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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