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3일 이기영은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하던 50대 여성 우모씨를 살해했다. 하지만 그의 살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4달여 후인 12월20일 교통사고 합의금을 주겠다며 60대 남성 택시 기사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후 시신을 옷장 속에 유기했다.
그는 피해자들의 휴대폰을 이용해 피해자의 가족에게 거짓 메시지를 보내거나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신분을 도용해 불법 대출을 받으며 총 1억원 이상을 갈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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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사료를 찾으려다가 발견한 시체… 이기영, 피해자인 척 가족 안심시키며 범행 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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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인 택시 기사가 보험사에 연락하려했다. 그러자 음주운전이 들킬까 걱정된 이기영은 자신의 집으로 오면 합의금과 수리비를 많이 주겠다며 피해자를 유인해 둔기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했다.
이기영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자신의 집 옷장에 시신을 약 5일간 방치했다. 집에 돌아오지 않는 피해자를 걱정한 가족이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연락하자 범행을 은닉하기 위해 이기영은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교통사고 처리 중" "연락하지 마라" 등 132회에 걸쳐 거짓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가 평상시와는 다른 말투로 문자를 남기고 전화를 거부하자 수상함을 느낀 가족은 12월25일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같은 날 오전 이기영의 여자친구는 고양이 사료를 찾기 위해 이기영의 집을 뒤지다가 옷장 속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이어 경찰에 "남자친구 아파트 옷장 안에 죽은 사람이 있다"고 신고했다. 피해자의 택시는 아파트에서 1㎞ 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는데 이기영이 직접 택시를 버리고 블랙박스를 지우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경찰에 붙잡힌 이기영은 조사에서 택시 기사와 합의금 관련 대화를 하던 중 시비가 붙어 홧김에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기영이 택시 기사를 살해한 직후 택시 기사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636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커플링을 사고 술집, 호텔 등을 결제해 769여만원을 사용한 점, 택시 기사의 휴대폰 잠금을 풀어 수천만원의 대출을 받아 택시 기사에게서 총 5557여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편취했다는 점에서 계획적인 범행이 의심됐다.
결국 이 사건은 여러 번의 음주 전과가 있었던 이기영이 누범기간에 음주운전으로 실형을 받게 될 상황에 놓이자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고 돈을 편취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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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도중 드러난 추가 살인… 거짓의 홍수 속 진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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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아파트의 주인 및 휴대폰 명의자는 스무살 정도 연상인 이기영의 전 여자친구이자 동거녀 50대 여성 우모씨였다. 이기영은 우씨가 같은 해 8월 집을 나간 후 행방이 묘연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녀의 생활반응이 전혀 없었고 우씨의 휴대전화를 이기영이 갖고 있었던 점, 가출했던 시기 이기영이 그녀의 신용카드로 2000만원가량을 사용한 정황 등을 경찰이 추궁하자 전 여자친구 우씨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고아 출신인 우씨는 실제 키워준 가족과 연락을 거의 하지 않고 친구도 많지 않아 몇 달간 연락이 끊겼어도 그녀를 찾거나 실종 신고해 줄 사람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우씨가 살해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범행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 당시 겨울철이라 땅이 얼어 수색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이기영은 현장검증에서 매장했다고 주장하는 위치에서 "삽을 달라" "삽을 반대로 뒤집어서 흙을 파내야 한다" 등의 말을 했으나 인근 지역을 굴삭기로 수색했음에도 결국 시신을 찾지 못했다.
2017년 술집 종업원인 우씨를 처음 만난 이기영은 결혼 후에도 만나는 등 불륜을 저지르다가 이를 아내에게 들켜 이혼당하자 2021년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이기영은 우씨에게 "내가 건물 여러 채를 가진 소유주의 손자다. 자전거 관련 매장을 여러 개 운영해 재산과 수입이 많다"고 말했으나 실제론 변변한 직업이 없었다. 아버지 돈으로 생활을 이어가던 이기영은 돈이 떨어지자 우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다. 돈을 갚을 시기가 되자 이기영은 우씨를 수시로 폭행했고 집을 방문한 우씨의 지인까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영은 우씨에게 3400만원가량의 대출을 받게 하고 그중 800만원을 이체받아 사용한 것은 물론 지인들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을 빌리고 수백만원대 신용카드 연체 독촉을 받는 등 경제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기영은 우씨를 채무관계 때문에 살해했다며 "다투다가 자전거 수리 장비를 우발적으로 던졌는데 우씨가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기영은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허위 매출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가 부과된 360만원의 체납 세금과 230만원의 백화점 카드 연체 대금의 압박이 이어지자 우씨의 돈을 강탈하기 위해 살해 계획을 세웠다.
이기영은 우씨를 살해하기 전 인터넷으로 '먹으면 죽는 농약' '제초제 먹었을 때' '휴대전화 잠금 해제 방법' 등을 검색했고 결국 이 정황이 계획적인 강도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됐다. 독극물을 구하지 못한 이기영은 집 안방에서 둔기로 우씨의 머리와 몸을 10여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재판부는 이기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이기영은 피해자들을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하고도 일상을 사는 등 인면수심의 잔혹성을 보였다"며 "법이 허용했더라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을 선택해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방안을 고려했을 수 있을 만큼 대단히 중하고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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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이기영의 집에 남은 이것… 그는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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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이기영 집에는 진돗개 한 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가 남아있었다.
파주시청은 이기영으로부터 반려동물 포기 각서를 받아 유기 동물에 대한 입양 절차를 밟았다. 유기 동물에 관한 절차상 등록 후 20일이 지나면 안락사가 되는데 연쇄 살인마가 키운 동물이라는 꼬리표로 입양이 이뤄지지 않을까 큰 우려를 낳았다.
다행히도 사연을 들은 파주시와 인근 도시에서 입양 문의가 많이 들어와 4마리 모두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됐다.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한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영상을 보고 "사이코패스 특징 중 가장 먼저 꼽히는 게 동물 학대"라며 "저렇게 (고양이를 괴롭게) 하면서 웃고 있는 모습이 아주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기영은 경찰이 진행한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 결과에서는 '진단 불가' 결론을 받았지만 검찰 수사 단계에서 사이코패스로 분류됐다.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결과에서는 이기영은 자기중심성과 반사회성 특징을 보이고 자신의 이득 앞에선 감정과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성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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