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전 국민이 '계엄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는 정신과 교수의 진단이 나왔다.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현수 명지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나라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과 불안, 불면, 이런 것 때문에 호소를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계엄 작전에 투입된 군인의 경우 '도덕 손상'을 입어 충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덕 손상이란, 개인의 깊은 도덕적 신념이나 가치에 위배되는 행동이나 경험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정서적 고통을 말한다.
김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 후) 다음 날, 또 그다음 날 정신과 의사들끼리 진료 경험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진짜 잠 한숨도 자지 못하고 왔다는 분들도 많이 있고 또 청년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의 경우는 자기 자녀도 혹시 이런 사건의 상황에 휘말리지 않을까 봐 아주 불안해하신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그날 밤에 가짜뉴스인가 아닌가 하다가 이게 실제라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는데 어쨌든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여의도와 국회에 출현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전쟁이 일어나나 하는 그런 내전이 생기나 하는 정도로 큰 위협감을 겪은 것"이라며 "사람들은 어떤 위협을 받으면 그것에 대한 과거 경험이 재회상되거나 또는 어떤 상상이 일어나는데,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국회에 들어왔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정말 큰 충격을 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디어를 통해서 그 장면이 또 반복적으로 여러 경로로 또 우리가 목격을 하게 되다 보니까 그 목격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심각한 위협을 국민들이 상당히 느꼈고, 군부 쿠데타가 몇 번 있었던 그때의 경험들을 회상하는 어르신들도 계시고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느냐라고 얘기하는 젊은이들이 어떤 진짜 큰 위협감을 느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대북 작전인 줄 알고 투입 됐던 일선 병사들한테도 저는 트라우마가 있지 않을까 싶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전혀 예상치 않던, 자기 양심에 위반되는 그런 행위를 명령에 의해서 진행해야 될 때 자기 양심과 도덕의 손상을 받는 것을 '모럴 인저리(moral injury)', '도덕 손상'이라고 한다"며 "베트남 전쟁 때부터 주목했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 때 민간인 학살 명령을 받았을 때 총을 쏘지 못한 군인이 많았다고 한다"며 "(베트남전에 참전한)이분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뿐만이 아니라 거기다가 나는 양심을 어겼다, 이런 것 때문에 아주 괴로워해서 알코올 중독이나 자살에 이르는 병사들이 많았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도 작전을 잘못 알고 온 병사들이 주저했다, 이런 보도들이 꽤 있다. 계엄 작전에 참여했던 병사들에게 본인의 양심을 얼마나 어겼는지, 어떤 죄책감이 있는지 그런 거에 관한 좀 어떤 검진이나 예방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양심에 어긋난 행위로 인한 죄책감을 갖고 있는지를 검사해 주는 것이 국가가 그래도 좋은 국가라면 해줘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계엄 사태와 관련해 아동을 지도하는 방법에 대해선 "이미 (계엄 관련 영상을) 본 아이들에게는 설명을 해주고 안심시키는 것. 국가가 그런 위험에 현재 빠졌었다가 시민들의 힘으로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보지 못한 아이들에겐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는 불안이 아니라 안심을 시켜주고 설명을 해서 지금 우리가 그런 극단의 위험으로 몰려 있지 않다라고 하는 것을 잘 설명해 주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우리 자신의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이 사실 우리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며 "꼭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믿을 만한 뉴스를 보시고 사실 과거의 연구에 유튜브를 지나치게 시청하시는 분들이 확실히 불안감도 높은 것 같다"며 관련 영상 시청을 가급적 피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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