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 ENM
지난해 겨울 ‘서울의 봄’에서 악랄한 캐릭터를 빈틈없이 연기하며 관객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던 박훈이 올 겨울 ‘하얼빈’을 통해 다시 한번 존재감을 과시한다.
앞서 박훈은 ‘서울의 봄’에서 국가 권력을 찬탈하려는 국군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의 오른팔인 비서실장 문일평 역을 맡아 관객들로부터 ‘전두광 못지않은 추악한 캐릭터’란 평가를 얻었다.
그랬던 그가 조선 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기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 의사의 여정을 그린 ‘하얼빈’에선 일본군 육군 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았다. 독립군에 전쟁 포로로 붙잡혔다 안중근의 선의로 풀려나자, 오히려 모멸감에 휩싸여 안중근과 대한의군을 무너뜨리려 하는 인물이다. 독립 투사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그의 모습은 관객의 분노를 자아내는 동시에 영화 몰입감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제국주의에 심취”되어 있는 인물 표현을 고심했다는 박훈은 “이 캐릭터가 극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전형성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오히려 (악랄한 캐릭터로서)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려 고민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일본인 역할로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연출자 우민호 감독은 “박훈에게 ‘일본인이 봤을 때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일본어를 해달라 요구했고, 이에 따라 박훈이 잠꼬대도 일본어로 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다”며 이토 히로부미 역을 연기한 일본의 명배우 릴리 프랭키도 박훈 일본어 연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 강조했다.
악역의 악랄함을 제대로 보여준 뒤 내년에는 JTBC 드라마 ‘착한 사나이’로 시청자를 만날 예정이다. 건달 3대 집안의 장손이 가족과 직장, 사랑을 지키기 위해 겪는 일들을 그리는 드라마로, ‘하얼빈’에서 독립 투사 이창섭 역을 맡아 대립각을 세웠던 이동욱과 다시 한번 재회하는 작품으로도 눈길을 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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