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덮친 트럼프폭풍…불확실성에 일본·대만 '금리 일시정지'

금융권 덮친 트럼프폭풍…불확실성에 일본·대만 '금리 일시정지'

이데일리 2024-12-19 16:35: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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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인플레이션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내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이라는 불확실성까지 겹쳐지며 각국 중앙은행이 신중모드에 들어갔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19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무담보 콜 익일물 금리 유도 목표치를 조정하지 않고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 같은 날 대만과 영국 등도 모두 금리 동결에 나섰다. 대만은 기준금리를 2%로, 올해 두 차례 0.25%포인트를 인하했던 영국은 4.75% 기준금리를 유지한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이 잇달아 금리 동결에 나선 배경에는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소비자물가 기조적인 상승률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경제·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위험 요인으로 해외 경제, 물가 동향, 자원가격 동향, 기업의 임금·가격설정 행동 등이 일본 경제·물가에 불확실성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금융·외환시장의 동향과 이것들이 우리 경제·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경우 주택 가격이 24분기 연속하고 11월 임대료가 28년만 가장 크게 오르는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며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고관세 정책과 대중 강경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주요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모두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불안감이 존재한다. 차이 홍쿤 대만 통계국 부국장은 지난달 “글로벌 무역량이 감소하면, 이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또 한편으로는 트럼프 차기행정부의 감세정책이 수요를 진작시켜 대만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에 대한 우려도 다시금 불이 붙었다. 18일(현지시간) 발표한 영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 2.6%로 전월(2.3%)보다 올라갔고 올해 3월(3.2%)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8∼


10월 평균 임금 상승률도 연 5.2%로 이전 3개월(연 4.6%)보다 올라가며 2023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가 높아졌다.

문제는 영국의 경제 사정이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에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영국 통계청이 집계한 9월과 10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는 각각 마이너스(-) 0.1%를 기록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룸버그 통신은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와 그의 동료들은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위협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로 촉발될 수 있는 글로벌 무역 전쟁의 위험과 영국 예산안의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경제전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비둘기적 기조를 뚜렷히 보여왔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간밤 있었던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신중한 금리 인하 논조를 드러낸 것 역시 불확실성을 더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면서도 “이제부터는 새로운 국면이고 추가 인하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사실상 트럼프발(發) 경제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대규모 감세 정책과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금리 추가 인하를 어렵게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확실한 세계 경제상황은 내년도 주요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에도 안개를 드리우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 정책의 최종목적지를 정하는 중립금리에 대한 토론 역시 격렬해지고 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차갑게도, 뜨겁게도 하지 않는 금리로 그 나라의 경제 체력을 반영하며 통화정책의 기준점이 된다.

로이터 통신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논쟁이 ‘언제’에서 ‘얼마나’로 전환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은행이 성장이 둔화하지 않는 한 단기금리를 적어도 1% 정도까지 인상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었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중립금리가 이보다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란은행에 대해서도 중립금리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란은행은 2018년 중립금리를 2~3%대로 전망했지만, 블룸버그 영국 수석경제학자인 댄 핸스는 현재 영국의 중립금리는 3~4% 사이로 이전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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