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현정인 기자]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게 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제약 사업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장기화된 경영권 분쟁으로 떨어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본업의 경쟁력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로수젯, 아모잘탄 등 순환기 의약품에 강점을 가진 회사이니 만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앞둔 고혈압 3제 복합제(HCP1803)를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본격 키워나갈 것으로 관측 중이다.
19일 김나영 한미약품 신제품개발본부 전무는 "HCP1803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는 세계 최초 고혈압 3제복합제"라며 "그동안 고혈압에서 1차 치료제는 단일제만 사용돼 왔는데, 1차 치료제로 '3제 복합제'라는 새 트렌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HCP1803은 저용량으로 개발해 용량 의존적 부작용도 감소시켰으며, 복합제로 다중 기전을 가져와 상호 보완적 효과도 볼 수 있다. 상용화는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비만 프로젝트인 H.O.P를 비롯한 R&D 파이프라인 강화에도 나선다. 주력 제품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3상 환자 모집을 완료했으며 상용화는 2026년이 목표다. 비만치료제의 경우 이미 타 제약사들이 많이 뛰어든 만큼 디지털의료기기와 융합해 차별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 한미약품의 계획이다. 다시 말해 플랫폼을 기반으로 환자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워 만성질환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외 대사질환과 항암, 희귀질환 분야를 목적으로 한 ADC, TPD, CGT, mRNA 등 다양한 모달리티도 연구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얻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도 긍정적으로 고려 중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초기 단계 과제들에 대한 정기적인 리포트도 받아 보고 있고, 경쟁력이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한미약품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은 본업의 경쟁력 회복을 통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경영권 분쟁 이후 연구개발(R&D)에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따라붙으면서 연초 주당 37만7000원이던 한미약품의 주가가 19일 종가기준 26만9000원으로 28.6%나 하락한 까닭이다.
다만 일각의 이 같은 주장은 한미약품 입장에서 억울할 수밖에 없다. 2018년을 제외하면 매년 R&D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다. 3분기 기준으로 보면 2018년의 경우 GLP-1 기반 이중작용제 'HM12525A'의 임상 2상 때문에 R&D 비용이 1868억원에 달했다. 이후 2021년 1131억원으로 전년 대비 39.5%나 줄었지만 2022년 1222억원, 2023년 1363억원 2024년 1537억원 순으로 최근 4년 새 연평균 10.8%씩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박재현 대표도 "R&D 비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매출이 같이 늘어나고 있어 비율은 매해 14~16%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는 약 1600억원, 내년은 2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R&D 비용은 줄일 생각도 없고 줄여지지도 않았다"고 부연했다.
박명희 국내사업본부 전무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박재현 대표 취임 후 작년부터 전문의약품 원외처방 1위를 기록 중인며, 수익극대화가 R&D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게 됐다"며 "2028년 전체 목표 매출 3조원 중 전문의약품 1조7000억원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임시주주총회의 안건은 ▲박재현 사내이사(한미약품 대표)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의 건과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선임의 건이다. 현재 한미약품의 이사회는 모녀 측 인사 6명과 형제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형제 측 2명을 선임해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게 이번 주주총회의 골자였다. 다만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이사의 해임은 54%가 반대하며 부결돼 6대 4인 현 상태 비율은 유지하게 됐다.
Copyright ⓒ 데일리임팩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