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우민호 감독 “계엄군에 맞선 시민들, 독립 투사 겹쳐 보여 울컥”[인터뷰]

‘하얼빈’ 우민호 감독 “계엄군에 맞선 시민들, 독립 투사 겹쳐 보여 울컥”[인터뷰]

스포츠동아 2024-12-19 16:31:01 신고

3줄요약
우민호 감독, 사진제공|CJ ENM

우민호 감독, 사진제공|CJ ENM

우민호 감독과 배우 현빈이 독립 투사들의 거룩한 희생을 스크린에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영화 ‘하얼빈’으로 의기투합했다.

1909년 10월 26일 거사를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 의사와 독립운동가들 여정을 영화로 옮긴 우 감독은 “그들의 여정을 숭고하게 담겠다”는 일념 하나로 300억 원 제작비를 들인 거대 프로젝트의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 역으로 현빈을 내세웠다. “현빈의 눈빛에서 처연한 안중근의 모습을 봤다”는 우 감독 말에 현빈은 “나에겐 출연 자체가 영광인 작품”이라 힘줘 말했다.

○“오락 영화의 쾌감 줄더라도 담고 싶었던 숭고함”

우민호 감독은 제작사 하이브코프로부터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담은 영화 연출 제안을 한 차례 고사했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위인”을 영화로 제대로 다룰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우연히 읽게 된 안중근 의사의 자서전이 그의 마음을 변화시켰다.

“안중근 의사는 그저 영웅인 줄로만 알았어요. 하지만 아니더라고요. 300명의 의병을 직접 이끌었던 신아산 전투에서 뼈아픈 패배를 거둔 패장(敗將)이기도 했죠. 그랬던 그가 어떻게 하얼빈 거사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때의 마음은 어땠을까 궁금했어요. ‘그날까지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한다”다는 그분의 말이 제 마음에 깊게 와닿기도 했고요.”
영화 ‘하얼빈’ 스틸, 사진제공|CJ ENM

영화 ‘하얼빈’ 스틸, 사진제공|CJ ENM

그렇게 마음을 바꾼 우 감독이 제작사로부터 건네 받은 “오락영화의 느낌”이 강한 최초의 시나리오는 그의 마음에 전혀 와닿지 않았다. 거사의 여정을 “숭고하게” 담아내고 싶었던 우 감독은 결국 시나리오를 직접 다시 썼다.

“큰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게 (흥행 면에서는) 위험할 수 있어요. 하지만 흥행 공식을 따른다고 모든 영화가 잘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전 이 영화에 담긴 진심을 관객분들이 알아주시리라 믿어요.”

그런 신념에 따라 독립군과 일본군이 치열하게 맞붙은 신아산 전투 장면도 “전투신이 주는 액션의 쾌감”이 아닌 “전장의 처절함”을 강조해 촬영했다.



“처음에는 무술 감독이 굉장히 액션 쾌감이 강한 전투신으로 합을 짜왔어요. 그런데 제가 전부 바꾸자고 제안했죠. 전투신을 광주에서 촬영했는데, 그때 50년 만에 대폭설이 내렸어요. 풍광이 정말 아름다웠죠. 이렇게 아름다운 국토가 (일제에)그렇게나 유린당했다고 생각하니 쾌감 가득한 액션신은 차마 찍을 수 없었어요.”
영화 ‘하얼빈’ 스틸 이토 히로부미 역의 릴리 프랭키, 사진제공|CJ ENM

영화 ‘하얼빈’ 스틸 이토 히로부미 역의 릴리 프랭키, 사진제공|CJ ENM

극 중 안중근 의사가 처단하려는 조선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 역을 일본의 명배우 릴리 프랭키가 맡았다. 일본 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릴리 프랭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우 감독은 돌이켰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인데, 제안했을 때는 당연히 거절하시리라 생각하고 ‘아니면 말지’라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선뜻 하겠다 하셔서 저도 놀랐죠. 제 전작인‘남산의 부장들’과 ‘내부자들’을 너무 재미있게 봤고, 이번 시나리오도 좋다 하셨어요. 그리고 한국의 역사도 너무 잘 이해하고 계셨어요.”

전날 진행한 시사회에서 우 감독은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울컥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안중근 의사와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감사함과 더불어 지금의 혼란한 시국이 그의 마음을 더욱 요동치게 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찍는 내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모든 독립 투사분께 감사하고 동시에 죄스러웠어요. 그런데 최근 본 뉴스에서 온몸으로 계엄군을 막아내는 시민의 모습을 보며 독립 투사분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더 울컥했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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