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무속인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19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전씨가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앞세워 공천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명태균씨 보다 건진법사의 파장이 더 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명씨의 '황금폰'을 확보한 검찰이 이번에는 건진법사의 '법사폰'을 통해 김건희 여사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건진법사 체포.. '법사폰' 및 태블릿PC도 확보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씨는 2018년 경상북도 영천시장 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내 경선에 출마한 후보자 등 지역 정치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 17일 체포됐다.
이날 오전 전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으며, 오늘 중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 씨에 대한 수사는 2021년 상장 폐지된 가상화폐 '퀸비코인' 자금 흐름을 수사하던 중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퀸비코인은 배우 배용준으로부터 투자받았다고 홍보돼 이른바 '욘사마 코인'으로 불렸다.
검찰은 올 7월 피해자 1만3000명으로부터 300억 원을 편취한 퀸비코인 발행업자 등 6명을 사기죄로 재판에 넘긴 바 있는데 자금 흐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씨와 관련한 수상한 자금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인물로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과거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맡기도 했다.
전 씨의 검찰 체포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거 2022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선거대책본부의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전 씨가 윤 후보의 어깨와 등에 손을 얹고 그를 소개하는 사진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에도 윤 대통령 부부의 '비선'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날 서울남부지검은 전씨의 서울 서초구 자택과 강남구 법당을 압수수색해 휴대폰 3대와 태블릿PC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매체는 전씨가 사용하던 장부와 컴퓨터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 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2022년 국민의힘 대선 캠프 등에서도 활동한 바 있다. 즉, 불법 정치자금 내용뿐 아니라 비선 관련 내용도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법사폰'은 명태균의 '황금폰' 보다 파장이 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성철 "명태균보다 큰 사안".. 장예찬 "2018년 일.. 尹과 무관"
검찰, 김영선 공천개입 관련 명태균-김건희 통화 녹음 확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8일 MBC라디오 '성지영의 뉴스바사삭'에서 전씨에 대해 "이분이 대통령 부부에게 영향력이 상당히 컸다. 명태균 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대선 당시) 후보 몸에 손을 댄다는 건 후보가 신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그 사진 하나로 많은 정치권 인사들은 '건진이 대통령에게 대단히 영향력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인식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왕' 자를 쓰고 나왔는데 그때 얘기해 준 사람이 건진이라는 소문이 있었다"며 "정치인들이 이분을 만나기 위해 노력한 모습들이 다 나타날 것 같다. 여권으로서는 큰 짐이 하나 더 얹어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도 같은 방송에서 "건진이 여사를 젊었을 때부터 봤다고, 건진이 어느 자리에서 얘기했다"며 "명태균씨도 윤 대통령 내외와 가깝다는 걸 알고 줄을 대려던 게 있었는데, 건진은 더 많았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반면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윤 대통령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 전 최고위원은 18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건진법사는(지난) 대선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그 이후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면서 "영장이 발부될지 모르겠지만 이는 2018년도 지방 선거와 관련된 것이다. 2018년이면 아시다시피 윤 대통령이 정치권에 발을 들이기 한참 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이게 대통령과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취재한 바에 따르면 남부지검에서 다른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피의자가 자기 형량을 줄이려는, 이른바 플리바게닝 하려고 몇 달 전에 제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한편, 검찰은 명태균씨가 사용하던 '황금폰'에서 명씨와 김건희 여사가 통화한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명씨가 지난 2022년 대선 기간에 사용했던 휴대전화에서 명씨와 김 여사가 2022년 5월9일에 나눈 통화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이 명씨와 통화에서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날이다.
또 다른 녹음 파일에서 명씨는 지인에게 윤 대통령과의 통화한 내용을 언급하며 "바로 끊자마자 마누라한테 전화왔어. '선생님, 윤상현이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 꼭 오십시오.' 이래 가지고 전화 끊은거야" 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검찰이 확보한 통화 녹음 파일은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2022년 6∙1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김 여사가 명씨와의 통화에서 윤상현 의원을 직접 언급했었던만큼 윤 의원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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