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자해" 거짓말…재수사 끝에 핵심 목격자 나와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경찰의 초동 부실수사로 2년이나 걸려 재판대에 선 친동생 살해범이 중형을 선고받고 죗값을 치르게 됐다.
청주지법 형사2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19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60대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6월 2일 오후 10시 4분께 자신이 거주하는 청주시 사직동의 한 빌라에서 함께 살던 남동생 B(당시 59세)씨를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자고 일어나니 동생이 죽어있었다"면서 "정신질환을 앓던 동생이 1층 창틀에서 뛰어내리는 등 자해 끝에 숨진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한때 '타살이 의심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전달받고 A씨를 입건했으나, 이웃집 주민 한 명만 탐문조사를 하는 등 증거 확보를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은 채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종결했다.
당시 해당 주민은 사건을 목격하거나 듣지 못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건의 전모는 검찰의 거듭된 재수사 요구를 받고 새로 꾸려진 경찰 수사팀이 바로 옆집에 살던 핵심 목격자 C씨를 찾아내면서 밝혀졌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새벽 밖이 시끄러워 봤더니 술에 취한 A씨가 달아나는 B씨를 집 마당까지 쫓아 나와 폭행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뒤이은 검찰 조사에서는 A씨가 B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강하게 가격한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혈흔 비산 흔적이 그의 자택에서 확인됐다.
A씨 측은 법정에서 "피고인은 사건 당일 방에서 숨져 있는 동생을 발견하고, 112에 신고했을 뿐"이라며 "이웃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등 피고인의 죄가 합리적 의심 없이 규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오 부장판사는 "C씨를 포함해 다수 이웃이 당일 바깥이 소란스러웠다고 진술하고, 피해자의 몸에서 큰 외력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들이 발견됐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상당한 고통 속에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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