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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김모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19일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정부가 장애인인 원고 2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파기자판을 통해 직접 명령했다. 파기자판은 원심 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장애인의 접근권은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보장하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가 되는 권리”라며 “개선 입법의무 불이행으로 장애인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평등권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피해를 보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부는 14년이 넘도록 이 사건 쟁점 규정에 대한 행정 입법 의무를 불이행한 부작위로 지체장애인의 접근권이 유명무실해졌으므로 이는 위법하다”며 “행정 입법 의무 불이행에 대한 손쉬운 사법적 권리구제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은 우리 법제에서 국가배상청구가 가장 유효한 규범통제 수단이자 실질적으로 유일한 구제수단으로서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은 국가가 20년이 넘도록 구 장애인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장애인 접근권이 형해화됐다고 주장하면서 국가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장애인 등 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소규모 소매점의 범위를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1998년 제정된 구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의무를 부담하는 소규모 소매점의 범위를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 이상의 시설’로 정했다.
시행령 규정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중 97% 이상이 장애인 편의제공의무에서 면제된다. 이 시행령은 2022년까지 개정되지 않았다.
앞서 원심은 국가가 해당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해도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시행령이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장애인들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한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 상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행령 개정 관련 직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특정한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해야 할 작위의무가 있었다거나, 이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를 게을리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대법관들 모두가 참여해 선고한다.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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