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업황악화·탄핵정국 4분기 실적 ‘적신호’

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업황악화·탄핵정국 4분기 실적 ‘적신호’

한스경제 2024-12-19 14:50: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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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한 직원이 포토마스크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한 직원이 포토마스크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반도체 규제, 국내 탄핵정국 여파, 중국의 D램 가격 하락 등이 겹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4분기 매출액 76.5조원, 영업이익 8.2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3%, 10% 감소(컨센서스 OP 9.5조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문별 영업이익은 DS 3.6조원, DX 2.8조원, SDC 1.4조원, Harman 0.4조원 으로 전망된다.

IBK투자증권도 올해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76조390억원과 7조4300억원으로 이전 분기 대비 각각 3.4%, 19.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도 하향 조정됐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4분기 DS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5조8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38% 하향 조정했다.

김광진 애널리스트는 “D램과 낸드 출하 증가율은 각각 -8%, 0%로 당초 가이던스 및 기존 추정치(디램 -5%, 낸드 +3%)를 미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모바일, PC 등 전통 수요처 수요 부진이 기존 예상 대비 심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분기에 이어 추가 반영될 DS 부문 성과급 충당금과 D램의 주력 제품이 1a노드에서 1b로 전환, 램프업(생산량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상승 등의 비용 증가 요소들도 이익에 부정적 요인이며 비메모리에서의 유의미한 적자 축소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분도 부정적 요소”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하향곡선이다. 다올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4분기 매출액은 19.5조원, 영업이익을 8조원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 증가, 영업익은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익은 시장전망치 대비 1000억원 하회한 수치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는 부진 속에서도 HBM 효과로 레거시 가격 하락을 방어한 결과 4분기 매출액 19.4조원, 영업익 8.0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10.6%, 13.2%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영건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출하가 개시되며 D램내 HBM의 매출 비중이 40%대에 이를 예정이며 4분기 낸드 B/G(반도체의 성능인 비트의 성장률) +10%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대부분 eSSD 제품 판매 증가 효과로 추정된다”면서 “이로서 전사의 AI향 매출액 비중이 D램, 낸드의 각각 40%, 70% 수준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이 이와 같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을 낮춘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 악화 △낸드 플래시 가격 하락 △D램 가격 하락 압력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반도체 규제 △국내 정치 불안정 △HBM 사업화 지연 등이 있다.

특히 범용 D램 가격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D램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반적인 D램 시장에 가격 하락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35.7% 크게 하락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는 DDR4 8Gb D램을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로 판매하면서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저사양 D램․낸드플래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 강화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지연도 부정적 요인이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까지 △TSMC 66억달러 △인텔 78억6000만달러 △마이크론 61억6500만달러 등 대만과 미국 기업 중심으로 보조금 지급을 확정했지만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보조금은 현재까지 협상중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정책도 탄핵정국 이후 진전이 없어 반도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 인력에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등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의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

한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러지도 시장 예상을 밑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마이크론은 2025년 회계연도 1분기(2024년 9~11월) 매출 87억1000만달러, 주당순이익 1.7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은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예상치 86억8000만 달러와 1.73달러를 소폭 상회한 수치다.

그러나 이날 마이크론은 2분기(2024년 12월~2025년 2월) 매출을 79억달러, 주당순이익은 1.53달러 선으로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 전망을 제시했다. 월가가 예상하던 89억9000만달러와 1.92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주가가 14%나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마이크론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주문은 계속 많지만 모바일 기기와 PC, 자동차 부문 수요가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AI 열풍에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낸드플래시 등 데이터센터 매출이 1년 전보다 400% 증가했고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지만 기존의 캐시카우 모바일과 PC 수요 약세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마이크론의 부정적인 실적 예고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내년 메모리 사업 전망을 어둡게 한다. 내년 모바일 기기 수요가 부진하다면 모바일 D램(LPDDR)에서 강점을 지닌 삼성전자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내년 예상 영업이익도 기존 46조원에서 35.1조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DS와 MX 이익 하향에 따른 것으로 DS는 기존 25.6조원에서 16.7조원, MX는 기존 11.8조원에서 9.7조원으로 하향 전망했다. 

김광진 애널리스트는 “DS는 전통 수요처 부진의 심화를 고려해 가격 전망을 더욱 보수적으로 수정한 영향이며 삼성전자가 내년 수요에서 변화가 없다면 D램은 내년 3분기, 낸드는 1분기부터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MX는 부진한 전방 수요와 원가(BOM Cost)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압박 가능성을 반영했다. 전사 실적에서 이익 기여도가 가장 높은 두 사업부에 내년은 모두 도전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사진=SK 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사진=SK 하이닉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2025년 실적은 매출액 80.8조원, 영업익 32.8조원로 각각 전년 대비 22.7%, 40.6% 증가, 외형과 수익성 모두 개선될 것으로 추정한다”며 “연간 D램은 30.2조원, 낸드는 3.5조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범용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내년 3분기 까지 하락하며 연평균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나 HBM 매출액 비중이 43.9%까지 상승하며 D램 전체 ASP는 +11.2%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낸드의 경우 레거시(PC, 스마트폰용)와 eSSD(기업용 SSD) 모두 가격 하락세를 겪으며 ASP는 -11.7%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나 eSSD 위주의 성장으로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Bit growth)가 15.7% 증가해 외형과 이익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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