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 후 사살하려 했고, 정보사 HID 요원들이 북한군으로 위장해 계엄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3일 계엄 선포 직후 한 전 대표에게 '국회에 가면 목숨이 위험하니 피신하라'는 의문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 뒤늦게 공개된 것. 또, 정보사령부가 국내 업체에 인민군 군복을 주문했고 계엄 3주 전 납품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공수처와 경찰 국수본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18일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체포하고 관련 내용을 조사 중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초 의혹을 제기한 김어준씨의 주장에 대해 '상당한 허구가 가미 됐다'며 신빙성이 낮다는 보고서가 작성됐으나 이러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가능성 배제하지 않음'이라는 추가 보고서가 나왔다.
한편, 대검은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공조본이 맡게 됐다.
HID, '정치인 암살 임무' 의혹.. 공조본, 정보사령관 체포
한동훈 "계엄 직후 '국회 가면 죽는다, 피신하라' 전화 받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18일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내란 등 혐의로 체포했다. 공수처는 전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낮 12시20분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과 합동으로 영장을 집행했다.
문 사령관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병력 투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도의 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에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만나 선관위 서버 확보 문제 등을 미리 논의한 의혹도 받고 있다.
특히, 북파공작원 특수부대(HID)를 동원해 정치인 등을 암살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노 전 사령관이 HID 부대에 요인암살을 실행을 하도록 사전에 계획한 정황도 있다"며 "북한군으로 위장해서 국지전 유도를 했는데 그 속에 요인암살도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경찰도 노 전 사령관 구속 영장에 'HID' 관련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시에 요인 암살 임무를 맡는 HID 부대를 소집해 운용하려던 정황을 영장에 적시했다"며 "노 전 사령관을 사실상 비상계엄의 주동 인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HID를 동원한 정치인 암살 및 북한군 위장 공작 의혹은 지난 13일 방송인 김어준씨가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김 씨는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 한 대표가 체포·이송되면 '정치인 암살조'가 그를 사살한다는 등의 공작 계획, 생화학 테러 가능성 및 북한의 개입 위장 및 폭격 유도 계획 등의 제보를 받았다며 제보 출처의 일부로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18일 MBC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한동훈 전 대표가 11시 반쯤 당사에서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길에 군 내부정보에 밝은 한 관계자로부터 "국회에 절대 가지 말고 피신하라, 체포될 것이고 잡히면 죽을 수 있다, 절대 잡히면 안 된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전 대표가 최근 측근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설마 그러겠나' 싶어 국회로 향했고, 실제 체포조가 가동됐다는 이야기를 접한 뒤 크게 놀랐다고 한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지난 6일 체포조 운영을 근거로 제시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보사, 인민군복 200벌 주문... 김병주 "계엄 관련성 확인 중"
정보사가 HID 대원을 북한군으로 위장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정보사가 북한군 군복 제조를 긴급공고로 발주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국방부 대변인 출신인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보사가 인민군복에 대해 긴급 소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부 의원은 "정보사에서는 (인민군복을 입고) 대항군 역할을 하는 훈련을 하지만 '긴급' 소요 요구라고 돼 있기 때문에 긴급하게 필요한 일이 생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정치인 등의 체포를 맡은) 요원들 용으로 제작된 것이라면 (계엄을) 상당 기간 준비한 정황으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방위사업청의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공개된 입찰공고를 보면 '제9965부대'를 발주기관으로 하는 '훈련영화피복 제조' 공고가 확인된다. 제9965부대는 정보사령부로 알려져 있다.
입찰공고문을 살펴보면 인민군 군관 얼룩무늬전투복 상·하의 30벌과 전투모 30개, 인민군 하전사 얼룩무늬전투복 상·하의 176벌과 전투모 176개를 입찰공고했다.
해당 입찰공고는 유찰된 상태지만 4성장군 출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18일 김어준의뉴스공장에 출연해 "해당 입찰공고는 유찰돼 이후 수의계약으로 해서 비상계엄 3주 전에 (정보사에)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보사에 영화를 찍으려고 한 계획이 있었나 확인하는 중인데 비밀요원인 정보사 요원이 영화에 어떻게 출연하나"라면서 "이게 어떤 목적인지, 비상계엄 당시 HID 요원들이 일부 대기했다는 것과 연결이 되는지 지금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어준 주장에 "상당한 허구 가미" → "가능성 불배제"
이처럼 계엄 당일 정치인 암살 시도 및 북한군 위장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민주당 내 반응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초 박선원 의원실 관계자는 18일 공개된 내부 보고서를 통해 김어준씨의 주장에 대해 '판단유보' 혹은 '신빙성 낮음'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 씨의) '암살조' 주장은 군사정보기관에 대해 과거의 제한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기관의 특성을 악용했다"면서 "일부 확인된 사실(정보사 요원의 계엄 가담)을 바탕으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 구성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암살조가 체포돼 이송되는 한동훈을 사살하는 계획이 있었다'는 주장과 '암살조가 조국·양정철·김어준이 호송되는 부대를 습격해 구출을 시도하다 도주한다는 계획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세부 내용 부족으로 판단 유보"라고 적었다.
또, 북한군복 매립, 미군사살, 북한산 무인기 주장에 대해서는 '신빙성 낮음'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노 전 사령관이 배후에서 HID 요원을 운용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후 다시 작성된 보고서에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이라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박선원 의원은 19일 유튜브 김어준의뉴스공장에서 "수집된 정보에 대한 최초 판단은 가능한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최초 판단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상원 전 사령관이라는 요소를 넣는 순간 모든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이에 중간 보고에서는 '가능성 배제하지 않음'이라고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박 의원은 HID 요원이 미군 사살을 위해 공격 할 대상 부대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라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해당 부대는 미군 5~6명이 한국군과 함께 근무하는 부대이며, 해당 부대에는 노 전 사령관의 비서실장이었던 모 대령이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계엄군 1500명 실탄 1만발 불출.. 탱크부대도 동원 준비 정황
이번 비상계엄에 기존에 알려진 특전사와 수방사, 방첩사 외에 탱크부대도 동원하려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19일 동아일보는 지난 3일 밤 정보사령부 특수임무 요원들이 모여 대기했던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에 장갑차와 전차 등을 운용하는 육군 제2기갑여단 구삼회 여단장도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구 여단장은 최근 수사기관 조사에서 "몇 달 전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내게 전화해 진급 이야기를 하며 '김용현 장관이 네게 국방부 TF 임무를 맡기려고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제2기갑여단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기갑부대다. 계엄 반대 시위가 대규모로 확산되거나 정치인 체포 등이 어려울 경우 이를 진압하려는 목적으로 탱크까지 동원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에 투입됐던 군 병력과 무장 수준도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19일 백승아 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계엄군은 특전사와 수방사, 방첩사, 정보사 등 총 1천500여명 규모다.
특전사는 국회와 선관위, 더불어민주당 당사 봉쇄 임무를 받았고, 방첩사는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 등에 200여명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회에 투입된 방첩사 요원들은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여 서울 관악구 인근 B1 지하 벙커에 구금하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확인된다.
수방사에선 군사경찰단과 제1경비단 소속 병력 211명이 계엄군으로 투입됐고,
정보사령부는 북파공작 작전 등을 수행하는 특수요원을 포함해 총 30여명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군이 불출한 실탄은 현재까지 확인된 수량만 1만발 가량이다. 계엄군은 방탄모와 방탄조끼, 야간투시경 등 개인 장비를 갖추고, 저격용 총과 K1 기관단총, 권총 등 화기를 지참했다. 또, 삼단봉과 테이저건, 무인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드론재밍건까지 휴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특전사 1·3·9공수여단과 방첩사는 아직 무장 수준과 실탄 불출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검, 尹 '내란혐의' 사건 공수처 이첩.. 내란죄 수사 일원화
대검찰청이 18일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기로 하면서 내란죄 수사도 일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진동 대검 차장은 이날 오전 오동운 공수처장과 만나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심 총장은 18일 저녁 '전국 검사장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서신을 통해 이첩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심 총장은 "이번 사건은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는 중대 사건"이라며 "그 전모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적법절차와 관련한 어떠한 빌미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수처가 이미 구속된 전 국방부 장관 사건을 포함해 사건 일체를 이첩해 달라고 요청한 상황에서, 대검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공수처와 실무협의를 했으나 의사합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와 같은 협의 과정에서 특수본 지휘부와 대검 내부의 여러 의견을 들었고,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 제가 국가적 중대사건에서 법률과 절차에 따라 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즉, 내란이라는 중차대한 사건 수사를 두고 여러 기관이 경쟁을 벌이면서 수사 효율성이 떨어지고,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공소 제기 절차나 증거 능력의 적법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는 공수처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직접 기소 권한이 없어 윤 대통령 조사를 마친 뒤 기소는 검찰이나 향후 가동될 특검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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