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농업 4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총리 탄핵 카드'를 언급하며 경고에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이번 6개법안 거부권 행사가 이후 국회에서 통과된 '윤 대통령 내란 수사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며 한 대행을 겨냥 "내란부역이 될 경우 탄핵할 것"이라며 "선을 넘지 말라"며 마지막 경고를 했다.
한덕수 권한대행 “헌법과 국가 미래 고려”
한 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 중에는 정부와 여당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6건의 법률안이 포함돼 있다"며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정부가 불가피하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무회의에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가격안정법 ▲농업재해 대책법 ▲농업재해 보험법 등 농업 4법과 ▲국회증언 감정법 ▲국회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을 올렸다.
한 대행은 "국회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라면서도 "불가피하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그러면서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 자세인지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한 대행이 거듭 강조해온 '국가의 미래'는 재정 문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이미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이 통과되면 해마다 조 단위 재정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농업 4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해 온 바 있다. 국회법은 예산안 부수 법안의 본회의 자동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고, 국회증언감정법에 대해서는 '핵심 기술 유출' 등 재계 우려가 컸었다.
"농업 4법 시행시 막대한 재정부담 초래 우려"
한 대행은 "농업 4법이 시행되면 시장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이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난피해 지원 및 보험의 기본원칙과도 맞지 않아 상당한 논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다시 정부로 이송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재의 요구 당시 정부에서 이의를 제기한 남는 쌀 의무매입에 대한 우려 사항이 보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양곡의 시장가격이 일정 가격 미만인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양곡가격안정제 도입 규정이 추가돼 의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쌀 의무매입 제도와 양곡가격안정제 시행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면 스마트팜 확대, 청년 농업인 육성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농업 농촌 투자를 매우 어렵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행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했을 때 정부가 생산자에게 차액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개정안 또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가의 생산비 보상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것"
이와 함께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가가 재해복구비 외에 생산비까지 보상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하며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며 "또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할증 적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보험료가 재해위험도에 비례해야 한다는 보험의 기본 원칙에도 반하고 재해위험도가 상이한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기본료율이 적용돼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우려"
한편 한 대행은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관련해서는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의결기한 12월 2일에 구속받지 않고 예산안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서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어떠한 이유로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거부할 수 없도록 해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에 반해 개인정보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 있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대해서는 " 중요한 안건심사와 청문회에까지 동행명령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6개 쟁점 법안에 관해 재의를 요구한 이유를 일일이 설명한 한 대행은 "여야와 정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하나지만 그리로 가는 길에 대해서는 각자가 처한 위치나 상황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모두를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행이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된 지 13일 만이다.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21일까지였다.
아울러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2004년 고건 전 총리 후 20년 만이다.
민주당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릴 것…한 대행, 본분 깨달아야”
한 대행의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에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은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 직후 한 대행을 향해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내란 수사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도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민주당은 ‘총리 탄핵’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마지막 경고입니다. 한덕수 대행은 선을 넘지 마십시오’라는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 대행의 내란세력 비호를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노 대변인은 “국민의 지혜와 열망에 힘입어 윤석열의 탄핵소추는 이뤄냈지만, 여전히 윤석열 정권의 폭주는 끝나지 않았다”라며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대행이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이 참석한 사실을 지적하며 “인 차장은 합동참모본부로 향한 윤석열을 보좌하고, ‘2차 계엄’ 논의 의혹을 받는 결심지원실 회의에도 깊이 관여한 인물로 국무회의 구성원이 아닌 인 차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은 한 대행의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노 대변인은 “윤석열과 대통령비서실이 한덕수 권한대행을 방패막이로 믿고 있다는 뜻”이라며 “한덕수 대행은 대통령이 아니며 나아가 내란 사건 피의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엄중히 경고한다.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리겠다”라고 강조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한 대행의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는 명백한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꼭두각시 노릇이 아니라 민의를 따르는 것”이라며 “국민께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국민 공복으로 남을지 내란 공범으로 전락할지 지켜보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김건희 특검법, 내란 특검법도 조속히 공포해야 하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시키는 일 역시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수사기관의 수사를 가로막고 있는 대통령경호처에 대해서도 수사에 협조하도록 조치해야 한다”라며 “한덕수 대행은 ‘내란 대행’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본분이 어디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고민하는 한 대행을 향해 "내란수괴 윤석열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라고 압박했다. 이와 함께 한 대행의 탄핵을 '국정 안정'을 이유로 철회했지만 향후 특검법 거부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쳐 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 할 경우 국민의 뜻이 아니라 내란수괴 윤석열의 뜻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내란사태를 지속시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도 즉시 공포해야 한다. 만약 한 권한대행이 탄핵 민심을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12·3 내란사태'를 다루는 국정조사(윤석열 정부의 위헌·무효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와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에 국민의힘이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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