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가 4자연합(한양정밀 신동국 회장·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킬링턴 유한회사)의 승리로 돌아갔다. 신동국·박재현 이사의 해임안이 부결, 형제(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이사) 측 인사의 이사회 진입이 불발됐다. 이로써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는 4자연합 6명, 형제 4명을 유지하게 됐다.
한미약품은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었다. 1호 의안으로 사내이사 박재현과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의 건, 2호 의안으로 박준석·장영길의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이 다뤄졌다. 형제 측은 신동국·박재현이 해임돼 발생하는 빈 자리에 신규 이사진을 선임해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를 자기 쪽으로 돌리려는 계획이었다.
임시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식 1268만214주 가운데 1021만9107주(80.59%)가 참여했다. 표결 결과 박재현·신동국 이사 해임 건은 각각 찬성 53.2%(547만9070주), 53.3%(548만1320주)로 부결됐다. 이사 해임 안건의 경우 특별결의 안건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즉, 66.7%의 찬성이 요구된다. 해임안 부결로 신규 이사 선임건은 자동 폐기됐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번 임시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주주권 행사 방향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4자연합과 형제 측은 주주권 행사 주체를 두고 대립했으나, 법원이 4자연합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의결권은 형제 측이 행사하게 됐다.
한미사이언스 주주권을 확보했음에도 결과적으로 형제는 이사회 구도 역전에 실패했다.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지분(41.4%)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의결권 지분(96.34%)이 박재현 대표 등 한미약품 현 체제에 쏠렸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표심이 이번 표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은 각각 지분 38.3%, 10.2%를 보유 중이다. 앞서 지난 13일 국민연금은 한미약품 이사 해임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지난 10~12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 글래스루이스(GL) 등을 비롯해 국내 자문사 4곳 등이 해임 반대 권고 의견을 내면서 4자연합의 승리에 무게가 실렸다.
이번 임시주총에는 박재현 대표를 제외하고 형제 측을 비롯해 경영권 분쟁 당사자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36분께 주총장에 나타났지만, 입장을 묻는 취재진 물음에 침묵을 지키며 입장했다. 이날 임시주총은 10시 33분께 시작돼 11시 쯤 마무리 됐다.
임시주총이 끝난 뒤 박 대표는 “오늘 결과가 한미약품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서 기쁘다”면서 “하지만 이런 소모적 임시주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착잡한 심정도 있다. 앞으로 회사 발전 방향성을 고민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앞서 한미사이언스 등이 제기한 고소·고발 건과 관련해서도 취하를 제안했다. 그는 “저를 포함해 회사에 총 8건의 고소·고발이 제기돼 있다. 고소·고발이 임시주총 개최 논의 뒤에 이뤄졌다는 점을 비췄을 때 고소고발이 임시주총을 위한 게 아니었나 싶다”며 “임시주총이 끝났으니 한미사이언스가 취하하는 것이 바른 방법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날 주총 결과와 관련해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는 “주주분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한미약품을 포함해 그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의견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며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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