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선형 기자] 트럼프 재집권, 중국 리스크 등 대외 통상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대응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9일 발표한 ‘신 통상질서에 대응한 일본의 전략’ 보고서에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621억달러로, 일본은 트럼프 집권 이후 멕시코, 베트남, 우리나라 등과 함께 집중적인 견제가 예상되는 국가다. 또한 관세 부과 등이 현실화 될 경우 일본의 대(對)미 수출에서 35%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미국 현지생산 비중이 2023년 기준 12.5%로 한국(17.1%)과 비교해 낮아 관세인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와 축소 우려와 관련해서는 일본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이고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이 강점을 지닌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전기차 기술력 향상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보고서는 일본의 대중 리스크 관리에도 주목했다. 일본은 중국 리스크를 낮추고자 수출구조 변화와 생산기지 이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빠르게 상승하자 일본은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을 낮추고 반도체 제조용 기기, 웨이퍼 제조용 기기 등 자본재와 소비재의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또한 일본은 안정적인 제조업 공급망 구축을 위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자국 산업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보조금 확대와 리쇼어링 지원을 통해 생산설비가 해외로 모두 이전되는 ‘산업 공동화’를 방지하고 있으며, 산업기술 유출에도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엔화 약세가 심화됨에 따라 일본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 대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출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내년 일본 금리인상과 우리나라 금리 인하가 맞물려 원화 대비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우리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엔화 강세는 대일 수입단가 인상을 유발하는 만큼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집권 후 우리나라의 미국 내 자동차 생산 비중이 일본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일본이 하이브리드에 강점이 있고 전기차 경쟁력도 개선 중이어서 IRA 폐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리스크를 낮추는 과정에서 아세안과 인도에서 한-일 경쟁을 염두에 두고 정책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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