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옛 동아제약은 피로회복제 '박카스'와 일반의약품, 제네릭의약품(복제약) 등을 중심으로 내수시장에 집중하며 국내 1위 제약사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로 뻗어 나가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회사를 분사했다. 그룹 계열사 중 동아에스티, 에스티팜, 에스티젠바이오 등 에스티(ST)가 붙은 기업들은 글로벌에 맞춘 조직이다.
이 가운데 전문의약품 계열사 동아에스티는 매년 R&D 투자를 늘리며 체질개선에 성공했다. 회사의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13.9%였으나 이듬해 16.3%로 늘었고, 올 3분기 기준으로는 19.9%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특히 동아에스티는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며 글로벌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신약 파이프라인을 대폭 확대했다.
앞서 회사가 2022년 자회사로 편입한 나스닥 상장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심장 대사 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의 정체성을 반영해 지난달 사명을 '메타비아(MetaVia)'로 바꿨다. 메타비아는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어 동아쏘시오그룹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메타비아는 최근 블록버스터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는 비만치료제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 파트2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DA-1241' 글로벌 임상 2상 파트1, 파트2를 진행 중이다. DA-1726 임상 결과는 내년 1분기, DA-1241는 올 연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올 5월에는 250억원을 투자해 일동홀딩스의 신약 개발 자회사인 아이디언스의 2대주주에 올랐다. 이번 투자로 '베나다파립'의 병용투여 권리를 획득한 동아에스티는 이를 활용한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항암제는 다른 신약과 달리 협업이 활발한 분야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독 요법은 물론 타사 물질과의 병용요법으로도 개발이 다수 이뤄진다. 특히 '베나다파립'과 같은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저해제와의 병용요법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암종에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동아에스티는 차세대 모달리티로 각광 받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신약 개발에 뛰어들기 위해 지난해 말 앱티스 경영권과 플랫폼 기술, 파이프라인을 인수하기도 했다.
인수협상부터 결정까지 걸린 기간은 단 2주에 불과했다. 강 회장의 오너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비용이 많이 들고 속도가 중요한 신약개발 관련 투자는 오너의 의지 없이 전문경영인이 독단적으로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3세대 ADC 링커 기술 특허를 확보한 동아에스티는 송도에 전용 생산공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ADC 생산 거점을 송도로 정한 데엔 에스티팜, 에스티젠바이오 등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 2011년 송도에 14만4000여㎡의 부지를 매입한 바 있으며, 이곳에 동아쏘시오 및 동아에스티 R&D센터와 에스티젠바이오 항체의약품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새 캐시카우 역할을 할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성공해 R&D 역량을 입증했다. 회사가 개발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성분명: 우스테키누맙)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얀센이 개발한 스텔라라는 판상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 치료제다. 스텔라라 성분 우스테키누맙은 전 세계적으로 203억2300만 달러(아이큐비아 2023년 누적 매출액)의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중 하나다.
'이뮬도사'의 글로벌 상용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회사 에스티젠바이오의 상승도 주목된다. 에스티젠바이오가 이뮬도사의 글로벌 생산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실적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에스티젠바이오는 지난 2015년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물적 분할한 후 수년간 영업적자를 지속했으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36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4.2% 늘었고, 영업이익은 1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회사 측은 "수년간 적자를 이어왔지만 올해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향후 그룹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원료의약품(API)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인 에스티팜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담당하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 작년 9월 에스티팜의 올리고동 CDMO 신규 공장 기공식에 강 회장이 경영 복귀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초 제네릭 API 사업으로 출발한 에스티팜은 아시아 최초로 올리고핵산치료제 생산설비에 대한 FDA 실사를 통과해 아시아 1위, 글로벌 3위의 올리고 CDMO 기업으로 올라섰다. 현재 올리고 CDMO 매출 비중은 전체 약 60% 정도다.
또 내년 상업용 물질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에스티팜이 원료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아이오니스의 희귀질환 RNA 치료제 '올레자르센'은 이달 중 FDA 허가 여부가 난다. 유전성 혈관 부종 치료제 '도니달로센', 심혈관질환 치료제 '펠라카르센' 등도 내년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에스티팜은 자체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계열 내 약물로는 처음으로 인체 대상 임상이 진행 되고 있는 에이즈 치료제 'STP0404'는 미국에서 임상2a상 중으로, 내년 상반기 중간결과 발표가 예상된다. 세계 최초 경구용 대장암 신약 'STP1002'과 mRNA 백신 'STP2104'는 지난 9월 임상1상을 마쳤다.
에스티팜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사업 강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 3분기 연구개발 담당조직을 개편하고 혁신연구소 산하에 CGT팀을 추가했다.
CGT는 주로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 유전자 편집기술(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대체 요법 등을 포함한다. 전통적인 약물치료와는 달리 유전자를 직접적으로 수정하거나 세포 조작기술을 활용해 난치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
이에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프레시던스리서치는 올해 시장 규모가 212억8000만 달러(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오는 2034년에는 연평균 18.6% 성장해 1174억6000만 달러(약 166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스티팜은 지난 6월 유전자가위 치료제 CDMO 사업을 론칭해 신규 시장 선점 기회를 모색한 바 있다. 회사는 세포주개발부터 의약품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End to End) 서비스로 차별점을 더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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