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반 이토 히로부미의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는 대사나 영화 후반부 안중근의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는 대사까지 115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묘하게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하는 말 같은 대사들이 관객의 마음을 찌른다.
몇 년 전 쓴 시나리오였지만 지금의 상황에도 찰떡인 것에 대해 우민호 감독은 "그런 이야기를 와이프에게 들었다. 이런 상황이 지금 벌어지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며 시기가 공교롭다는 말을 했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의 대사는 실제로 그가 했던 생각이다. 기록을 찾아보니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나라 왕과 유생은 무시했었는데 초대 총독부 통감을 갔을 때 마차를 타고 갈 때마다 민초들이 자기를 보는 눈빛이 너무 서늘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대사를 만든 거였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중근의 그 대사는 2024년 1월 1일에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확 써 내려간 대사다. 갑자기 이 대사를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10분도 안돼서 썼다. 실제 안중근이 했던 말과 비슷한 내용이다. 이 한 번의 성공으로 독립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100년이 걸리든 얼마가 더 걸릴지라도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말을 했던 것. 정말 중요한 건 우리는 독립이 이뤄질 때까지 약했지만 계속해서 싸웠다는 것이다. 그게 우리의 승리다. 그걸 강조하고 싶어서 썼던 대사"라며 명대사의 탄생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어제 있었던 언론시사회에서도 감독은 이 대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감독은 "작품 찍으면서도 독립운동했던 분들에게 고마웠고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뿐 아니라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그런데 어제 저도 모르게 갑자기 뉴스에서 봤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온몸으로 계엄군을 막아내는 시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 미안했다."며 최근 있었던 비상계엄령 사태에 대한 생각을 짧게 드러냈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으로 12월 24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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