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200조원을 넘보며 덩치를 키워가는 가운데 국내 주식형 ETF는 소외되고 있다. 해외 주식형 ETF 순자산이 100% 넘게 증가하면서 시장 성장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해외 상품 비중은 국내 상품 비중을 앞질렀고 수익률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ETF 전체 순자산 규모는 172조354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대비 48.60% 증가한 수치다. 올해에만 56조원 넘게 불었다.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은 41조344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28% 감소한 반면 해외 주식형 ETF는 23조5072억원에서 52조8681억원으로 124.90%나 급증했다. 순자산은 펀드가 보유한 자산의 평가금액인 만큼 국내 주식형이 부진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 규모는 지난 3월 말 49조3572억원을 기록하며 50조원을 넘보기도 했으나 점차 감소세를 보여왔다. 반대로 해외 주식형 ETF는 매월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ETF 시장에서 해외 주식형 비중도 국내 주식형을 앞질렀다. 해외 주식형 ETF 비중은 지난해 말 19.6%에서 17일 현재 30.67%로 커졌다. 국내 주식형은 37.3%였으나 23.99%로 작아졌다.
투자심리도 해외 주식형에 주로 몰렸다. 개인투자자가 주식형 ETF 가운데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TIGER 미국S&P500'로 1조776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위권에서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KODE 레버리지'를 제외하곤 모두 해외 주식형 상품이었다.
수익률 측면에서 장점이 부각되면서 해외 주식형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 연간 수익률 1위는 'ACE 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로 189.97%에 달한다.
이어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합성)' 168.89%, 'KODEX 미국서학개미' 98.64%, 'TIGER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97.78%,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89.92% 등 올해 수익률 상위는 모두 미국 관련 상품이다.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내놓은 신규 ETF 역시 대부분 해외를 기반으로 한 상품들이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신규 상장한 169개 종목 중 71개가 해외 주식형이다. 국내 주식형은 48개에 그쳤다.
국내 증시 수익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TF 거래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개인들은 국내에 상장한 미국 관련 ETF와 미국에 상장된 ETF 중 어느 것에 투자할지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역시 수익률이 양호한 해외 주식형, 미국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자산운용은 내년 미국 기업의 주당순이익은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 평균보다도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태헌 신한자산운용 상품전략센터 수석부장은 "성장성, 자국 우선주의 강화 등 펀더멘털 및 환경 모두 미국 최선호를 지지한다"며 "전통자산 영역 장기투자 수요의 가장 큰 기반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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