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 주도권 확보…출범 후 유죄 '0건' 부담 속 총력전
분산 수사 우려도…조사 지연시 김용현 등 재판서 증거 먼저 공개될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김다혜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등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넘어가면서 출범 이후 줄곧 수사력 부족 논란이 일었던 공수처가 '실력 입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계엄 상황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군 고위 장성들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검찰에서 진행된 만큼, 윤 대통령만 따로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분산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대검찰청은 18일 각각 공지를 내고 "검찰은 피의자 윤석열과 이상민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고, 공수처는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이첩 요청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가 맡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및 군 장성들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계속 진행하는 방향으로 '교통정리'가 된 것이다.
공수처가 이번 사태의 정점에 있는 윤 대통령 조사 권한을 가져온 만큼, 향후 전체 수사의 주도권 역시 공수처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헌정사상 첫 '현직 대통령 직접 수사'의 역사도 공수처가 갖게 됐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출범 초기부터 수사력 부족 논란에 시달려온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후 지금까지 수사한 사건 중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 아직 없다.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장에 대해 1심에서는 유일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최근 서울고법에서 무죄로 뒤집힌 바 있다.
공수처는 이번 계엄 사태 수사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을 투입해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공수처는 비상계엄 직후 공수처 검사 8명과 수사관 20명으로 '비상계엄 수사 TF'를 꾸렸다. 수사 상황에 따라 가용한 공수처 인력 전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공조수사본부를 통해 경찰에서 수사관 등 인력도 지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차장검사 1명, 부장검사 3명, 군검찰 등 78명 규모로 꾸려진 검찰 특수본과 비교하면 인력이나 수사 노하우 측면에서 부족한 상황이라 힘에 부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엄에 깊이 관여한 김 전 장관 및 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미 검찰에서 이뤄진 상황에서 공수처가 윤 대통령만 사건만 넘겨받는 것이 수사의 연속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사건을 이첩했다고 해도 모든 수사 자료와 증거들을 전부 공수처에 주는 건 아닐 것"이라며 "이런 부분 때문에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 간 협의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으로 인해 향후 수사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증거 자료 및 수사 기록의 이첩 범위와 방식 등을 논의하는 데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역시 지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예상보다 수사가 더 지연돼 구속된 김 전 장관 등에 대한 재판이 먼저 시작되는 경우, 검찰이 확보한 중요 증거가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이나 재판을 통해 공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범으로 지목된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미리 알게 되면 수사에 대응하기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며 중복수사를 피하기 위한 공수처로의 이첩이 오히려 수사를 어렵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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