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시민군 류동운 열사 소유 추정…"민주운동 가치 확산하길"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5·18 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희생된 학생의 품에서 발견된 책이 뒤늦게 공개됐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1980년 옛 전남도청에서 희생된 10대 학생 중 한 명이 소장하던 책을 보관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책은 에드워드 카가 저술한 역사철학 도서 '역사란 무엇인가'의 영한대역 판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이 담긴 것으로 유명하다.
기록관은 전남도청에서 근무했던 공무원 A씨부터 책을 기증받아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기록관에 따르면 동향 보고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1980년 5월 27일 최후 항전이 벌어지고 난 뒤 전남도청에 들어갔다가 한 소년이 책을 품은 채 숨져있는 것을 목격했다.
A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주검에서 나온 책을 36년간 보관해오다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개관하자 2016년 3월 기증했다.
A씨는 "전남도청 통로에 널브러져 있던 주검들 사이로 책을 품은 채 하늘을 보고 가지런히 누워있던 주검 1구가 눈에 들어왔다"며 "계엄군이 이 책을 보면 태워버릴 것 같아 몰래 숨겨 나온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다"며 "책 주인을 찾을 수 있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A씨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등) 작금의 사태에 대해 통탄하고 있을 것"이라며 "희생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어서 우리나라가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록관은 책의 주인을 찾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혈흔 검사를 문의했지만, 흔적이 오래된 탓에 검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다만 1980년 5월 27일 최후 항전지인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학생 중 한 명의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신학대 2학년생이었던 류동운 열사의 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홍인화 전 기록관장은 "책이 한신대 필독서였고, 류 열사가 학생 시민군 중 유일한 한신대 학생이었다는 사실로 미뤄봤을 때 책의 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5·18 배경 작품인 '소년이 온다'를 통해 학생 시민군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모인 만큼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열사는 1980년 5월 27일 새벽 시민군의 일원으로 전남도청을 지키다가 계엄군의 총격에 숨졌다.
올해 제44주년 5·18 기념식에서 박금희 열사와 함께 재조명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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