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상견례 차원에서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를 예방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본회의 가결 이후 첫 여야 대표급 만남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서로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민생과 안보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면 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운을 띄우자, 이재명 대표는 과거 대학 선후배로 활동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당대 당 논의가 매우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창구를 만들어 좋은 결과물로 국민이 나라 걱정을 덜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노무현·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총 3번째로 접어든 탄핵 정국을 우려하면서 대통령제 개헌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 중심제가 과연 우리의 현실과 잘 맞는지에 대해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인 대통령제를 더 많은 국민 의견이 반영될 수 있고 상생과 협력을 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야당 협조를 촉구했다.
반면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부터 이어진 '건전 재정' 기조를 비판하면서 추경 편성을 통해 민생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잠재성장률에 맞춰 너무 형식적인 균형·건전 재정 얘기에 매몰돼 사실은 정부의 경제 부문에 대한 책임이 너무 미약했다"며 "민생 안정을 위한 민생 추경을 조속히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가 참여 거부를 시사한 국정안정협의체에 대해서도 전향적 검토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가 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에 비관적 생각을 갖는 것 같은데 필요한 부분은 다 양보할 수 있다"며 "지금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원내 교섭단체로서 실질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 회동 대비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도 양당 수장은 서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권 원내대표는 "최재해 감사원장,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 총 14건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계류돼 있고, 대통령 탄핵소추안까지 가서 헌재가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남발했던 탄핵소추안, 정치 공세적 성격이 강한 탄핵 소추는 국회 차원에서 철회해서 헌재 부담을 덜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안타깝게도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돼버린 상황"이라며 "정치인들이 누군가를 제거하기 위해 싸우고 내 이익을 어떻게 챙길지 노심초사하다 보면 본인도 불행해진다"고 역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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