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산업부에 복수지정 괜찮다 의견 제시"…산업부 "그렇게 해석하기엔 무리"
권한대행 체제에서 결단 내릴지 의문…업계 "빨리 결정해 달라"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동규 기자 = '12·3 계엄사태'가 불러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뜩이나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정부가 눈치를 보며 당초 올해 상반기로 예정됐던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는데 탄핵 정국으로 더 미적거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은 사업 지연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18일 방산업계와 방사청에 따르면 석종건 방사청장은 전날 저녁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방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KDDX 사업과 관련해 산업부가 '사업 방산업체'를 지정하면 방사청은 빠르게 사업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는 KDDX를 놓고 경쟁하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사업부 대표도 참석했고, 이들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담당할 업체 선정 방식을 빨리 결정해달라고 석 청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는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과거 전력을 감안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KDDX 사업에 참여하려면 산업부로부터 사업 관련 방산업체로 지정돼야 한다.
산업부는 방사청 의견을 듣고 '사업 방산업체'를 지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는데, 방사청이 지난 10월에 제시한 의견이 어떤 내용이냐를 두고 두 부처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방사청은 당시 산업부에 KDDX 관련 선도(1번)함뿐 아니라 6번 함까지 전체 사업 일정을 고려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모두 방산업체 지정 대상으로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보냈다고 한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 6척을 건조하며, 사업비는 7조8천억원에 달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산업부에 제시한 의견이 "두 업체를 모두 지정해도 괜찮다는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두 업체가 모두 '사업 방산업체'로 지정되면 결국 경쟁입찰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방사청은 1, 2번 함을 동시에 발주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나눠 먹는 방식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도함을 차지하려는 두 업체 간 경쟁을 의식해 내놓은 고육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산업부 관계자는 방사청 의견에 대해 "두 업체 모두 방산업체로 지정하라는 취지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고, 방산업체 지정을 위해 생산 능력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업체 모두) 지정하라고 의견을 줬다면 이런(생산 능력 확인을 위한) 조사와 판단을 할 이유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KDDX 건조 능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체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두 업체밖에 없어 생산능력 등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산업부는 현재 관계기관과 함께 생산능력 판단 기준서를 만들고, 거기에 따라 업체의 장비 현황과 인력, 품질 검사 시설 등 자료를 받아 서면 검토를 하고 업체와 일정을 조율해 현장 실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산업부가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것은 아니고 절차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방사청의 의견 제시가 늦은데다 불명확했던 게 사업 지연의 이유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상은 두 기관 모두 어떤 결론을 내려도 논란이 뒤따르게 될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상황이 이러면 대통령실이라도 나서서 정리를 해야 할텐데 탄핵정국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에선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KDDX 사업 방식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주재하는 국방부 장관도 대행 체제다.
업체들은 하루라도 빨리 KDDX 사업방식을 결정해야 전력화 지연을 최소화하고 업계 불확실성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KDDX 사업 착수 시기가 이미 1년 가까이 늦어졌다"며 "최소한 내년 상반기에는 계약체결까지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 않으면 핵심기술 개발, 도급장비 도입 등과도 일정이 맞지 않아서 사업의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며, 이에 따른 비용 증가, 전력화 지연, 시간 부족에 따른 개발 리스크 증가 등 각종 위험을 동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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