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지난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을 받았다. 소속사 목프로덕션은 임윤찬이 앨범 ‘쇼팽: 에튀드’로 11월 13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Diapason d’Or de l’Année)’ 시상식에서 젊은 음악가 부문을 수상했다고 지난달 18일 전했다.
디아파종상은 프랑스의 클래식 음악 전문지 디아파종이 주최하는 것으로, 영국의 그라모폰 등과 함께 클래식계에서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디아파종은 매달 심사를 거쳐 뛰어난 예술 성과를 달성한 음반을 선정해 ‘디아파종 황금상’을, 연말에는 분야별 최고작을 선정해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을 각각 수여한다.
디아파종이라는 말은 ‘모든 현을 통하여’라는 뜻의 그리스어 ‘diapason chordon’에서 비롯됐다. 중세의 음악 이론에서 디아파종은 옥타브(모든 음을 포함한 음정)를 가리켰다고 한다. 관악기 제조와 관련된 용어이기도 한데, 관측공의 간격을 정하는 기준이나 관의 길이와 구경(口径)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건반 악기 중 하나인 파이프 오르간(pipe organ)은 긴 파이프일수록 낮은음을 낸다. 디아파종이라 하는 관의 길이와 그 단면의 비율 등이 음의 빛깔을 결정짓는다. 참고로 파이프 오르간은 여러 길이의 관을 음계적으로 배열하고, 바람을 보내어 소리를 낸다.
이번에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을 받은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는 지난 4월 그가 영국 명문 음반사 데카와 전속 계약하고 발매한 첫 앨범이다. 임윤찬은 알프레드 코르토, 이그나츠 프리드만, 요제프 레빈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는데, 이 피아니스트들의 발자취를 따라 쇼팽 에튀드를 선정했다.
폴란드의 음악가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은 총 27곡의 에튀드(étude: 연습곡)를 작곡했다. 이들은 피아노의 교과서로 불리는 곡들로, 피아노 전공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쇼팽의 에튀드는 ‘연습곡’이라는 기존 장르에 음악성을 더해 그 가치를 높였고, 피아노에 있어 중요한 테크닉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쇼팽이 작곡한 에튀드는 Op.10의 12곡, Op.25의 12곡, 3개의 작은 에튀드로 나뉜다. 그중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에는 Op.10과 Op.25 전곡이 수록되었다. 1960년대 데카에서 발매한 전설적 앨범들을 오마주한 커버는 필름으로 촬영됐고, 당시 데카 바이닐에 많이 쓰이던 로고를 적용했다. 앞서 임윤찬의 ‘쇼핑: 에튀드’는 지난 6월 ‘디아파종 황금상’도 받았다.
지난 10월에는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피아노 부문과 특별상인 ‘올해의 젊은 음악가’ 부문을 수상해 그라모폰 2관왕이 되었다. 그라모폰 뮤직 어워즈는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1977년부터 매해 여는 시상식으로, ‘클래식 음반의 오스카’라고도 불린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1990년 실내악 부문과 1994년 협주곡 부문에서 수상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2003년 협주곡 부문에서 수상한 첼리스트 장한나 등이 있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그라모폰상을 받은 것은 임윤찬이 처음이다. 그는 내년 음악감독 클라우스 메켈레가 지휘하는 파리오케스트라와 롯데콘서트홀에서 협연하는데, 클래식계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 그가 관객들에게 어떤 깊은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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