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환율에 수입차업계 초비상···내년 사업계획 골머리

高환율에 수입차업계 초비상···내년 사업계획 골머리

뉴스웨이 2024-12-18 06:01:00 신고

3줄요약
달러화와 유로화 등 세계 주요국 통화의 환율이 치솟으면서 불황 탈출을 희망하고 있는 국내 수입차 브랜드들이 새해 사업계획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요국 통화의 가치가 치솟으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차의 수입 단가가 높아지고 결국 소비자들에 판매할 때 매기는 차의 가격을 불가피하게 올려야 한다. 차의 가격이 오르면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기에 업체들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다수 수입차 업체들이 불확실한 환율 여건 때문에 새해 영업 계획을 결정하는데 있어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


현재 국내 수입차 업체 중 제품 수입 과정에서 본사에 지불하는 수입대금을 본국 통화로 결제하는 업체는 한국GM, 포드코리아, 스텔란티스코리아 등 대부분 미국계 업체들이다. 미국계 업체는 달러화로 결제하고 유럽계 업체는 유로화로 결제하고 있다.


물론 원화로 수입대금을 치르는 곳도 적지 않다. BMW 그룹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한국토요타자동차 등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최상위권에 있는 업체들은 수입대금 결제를 원화로 하고 있다. 원화 결제 체계를 택하고 있는 곳은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30원대까지 치솟았다. 올해 초만 해도 1310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 6월 말 1400원대를 육박하며 올랐다가 안정세를 되찾았고 9월에는 연초 수준의 환율로 돌아갔다.


그러나 11월에 1400원대를 돌파하고 12월에는 비상계엄 사태 탓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1달러당 1430원대까지 올랐다. 비상계엄 사태는 끝났지만 이미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원-유로 환율도 최근 10년 중에 가장 높은 수치까지 올랐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1420원대와 1450원대를 오갔으나 유로화 역시 1500원대 이상으로 폭등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해외에서 차를 들여오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본국 통화 가치가 떨어진다면 수입 원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익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반대로 본국 통화 가치가 치솟으면 수입 원가가 오르기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게 된다.


본국의 가격에 환율을 대입해서 국내 수입 단가와 소매 시장 판매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한국 법인이 부담하게 된다.


수입대금은 제품 수입을 결정하는 시점에 매겨지는데 환율이 오른 시점에 수입이 결정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 측면에서 손실을 떠안는 셈이 된다.


오른 환율을 기준으로 수입대금을 치를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환차손을 만회하기 위해 제품의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무작정 가격을 올렸다가는 시장에서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해지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급등한 환율 탓에 여러 수입차 업체들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최근 5년 중에서 가장 좋지 못한 상황에서 환율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 현재의 불황은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최근 집계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수입차 누적 판매량은 23만9764대로 최근 5년간의 집계 기록 중 가장 적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7% 줄어들었고 2년 전과 비교하면 5.5% 줄어들었다.


수입차 시장의 불황은 차갑게 얼어붙은 내수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자동차 가격은 갈수록 오르고 있지만 반대로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은 약화되고 있기에 불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율 급등을 이유로 차의 가격을 무리하게 올리게 되면 수입차 시장을 향한 소비자들의 외면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환차손에 따른 재무 부담이 극심해진다. 아울러 수입 규모를 줄이게 되면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올해 평균 환율이 1300원대 초반쯤에서 머물렀다면 어느 정도 안정적 재무 관리가 가능했겠지만 1400원 이상을 상회하면서 재무 부담이 매우 커졌다"며 "내년의 환율 여건은 더 불안하기에 사업 계획 수립이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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