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일보] 이태종 기자 = 유명 탁구선수가 장애인인 동료 선수에게서 수천만 원을 빌려 간 뒤 잠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탐정들의 영업비밀'에서는 장애인 실업팀의 탁구 선수인 A 씨가 의뢰인으로 등장했다.
A 씨 대신 사연을 신청해 준 A 씨의 코치는 "비장애인에게 사기 치는 것도 물론 안 되지만 장애인에게 사기를 친다는 게 너무 비겁한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A 씨와 그의 코치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인 A 씨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보육원에서 고아로 자랐다.
성인이 된 A 씨는 장애인 실업팀에서 탁구선수로 활약하면서 몇 년 전 다른 탁구인들과의 교류를 위해 SNS를 개설했다.
당시 A 씨는 부상 중이었고 장애인이 아닌 일반 선수들은 부상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해 탁구 선수인 B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검색만 해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의 유명한 탁구선수인 B 씨와의 악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A 씨가 SNS를 잘 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은 2년간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올해 3월 B 씨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A 씨는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보냈는데, B 씨가 대뜸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은 사진을 찍어 보내며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B 씨는 병원비 3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고, A 씨는 '오죽하면 나한테 연락했을까' 하는 마음에 돈을 보내줬다고.
이후 B 씨는 추가로 치료비가 더 필요하다고 했고, 아픈 할아버지 사진을 보내며 할아버지의 병원비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A 씨와 B 씨는 실제로 만난 적도 없는 사이였으나, B 씨는 절박한 상황을 계속 강조하며 금전적 도움을 요청했다. 또 "나도 보육원 출신"이라며 동질감을 형성해 A 씨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했다. 이에 A 씨는 계속해서 몇십만원씩, 몇백만원씩 돈을 송금했다.
급기야 B 씨는 자해한 사진까지 보내며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A 씨가 돈이 없다고 거절하자 "그러면 왜 처음부터 도와줬냐"며 A 씨를 원망하기까지 했다.
A 씨가 돈을 갚으라고 하면 B 씨는 "죽어버릴 거다. 내가 죽고 나서 후회하지 마"라며 자기 목숨을 협박의 수단으로 쓰기도 했다.
하루는 B 씨가 번개탄과 칼 사진을 찍어 보냈고, 너무 놀란 A 씨는 이날 처음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B 씨를 만나지 못했고, B 씨는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 살아있다. 돈은 다음 달부터 30만~50만원씩 갚을게. 지금 사채업자한테 쫓기고 있으니까 연락은 잘 안될 거다. 대신 경찰에 신고한 건 철회해 줘"라고 말했다.
A 씨의 피해 금액은 총 2750만 원 정도로, 이 돈은 A 씨의 각종 대회 상금을 포함해 그가 보육원 시절부터 평생 모아온 재산이다. B 씨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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