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임연서 기자] 인구소멸 등 교육계의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고등교육 재정 지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고, 재정 지원의 효율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학령기 학생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평생교육에 대해 재정 확보를 위한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진행된 ‘미래교육 기반 마련을 위한 교육재정 분야 중·장기 과제’를 주제로 한 ‘제9차 국가교육위원회 대토론회’에서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등·평생교육 질 제고를 위한 재정 효율화 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고등교육의 재정 부족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초·중등 교육 분야에서도 재정이 부족하지만, 고등교육도 심하게 (재정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학의 자율성도 훼손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OECD 평균을 보면 중·고등학교 교육비보다 대학교육비가 더 많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질 좋은 고등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 (고등교육 재정의 문제점을) 종합해 보면, (한국의 대학 교육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고, 늦었지만 여러 대책이 실행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진영 교수는 “민간과 공공부문이 함께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재정 총규모를 늘리고 투자 비중은 약 5대 5로 유지하는 것이 달성가능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재정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에 대해 △개인 지원 △(학교 내) 사업단 지원 △기관 지원 등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에 예산 총량을 지정하는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별 학생이나 연구자에 대한 인당 지원은 필요하다면 늘려야 한다”며 “학교 내 사업단을 지정해 이에 몰아주는 방식은 지양하면 좋겠다. 또 기관 지원의 경우, 서류 평가 등 여러 평가가 진행되는 것보다 학생 수에 기반해 최대한 간단한 산식을 이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진영 교수는 “‘사업단 지원’의 경우 큰 규모의 대학과 종합대학을 지원할 때 특정 학과를 지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사전 계획서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재정 지원 대상의 선정은 빠른 기술 변화 시대에 적합한 방식으로 보기 어렵다. 또 성과 평가에서는 ‘향상도(Value-add)’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좌장으로 진행된 지정토론에서 김현수 순천향대 창의라이프대학원 부원장은 ‘평생교육 발전을 위한 재정 효율화 방안 토론’을 통해 평생교육 재정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수 부원장은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2024학년도 기준 약 74%고, 성인 평생학습 참여율은 32.3%다. 또 평생교육 재정 비중은 교육 예산의 1.4%에 불과하다”며 “중앙정부 중심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평생교육진흥기본계획(‘23~‘27)은 과제 중심으로 성과목표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평생교육 재정은 목표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내부적으로 이뤄지는 다양한 교육 훈련 현상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며 “국가교육위원회에서라도 전 부처에서 쓰고 있는 돈이 어느 정도고,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평생교육에 대한 기본 목표치가 없다 보니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예산을 어떻게 써야 될지, (예산을)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해야 될지 등 평생교육의 재정 확보 아젠다(Agenda)를 형성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또 해외 사례를 참고해 평생학습기금을 마련하거나 현행 평생교육바우처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점차 심화되는 평생교육의 양극화에 대한 언급도 이뤄졌다. 김현수 부원장은 “평생교육은 양극화가 매년 심화되고 있다. 학교 교육을 통한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평생교육을 통해 해소돼야 하지만, 이를 못하고 있어 현실은 암울한 상황”이라며 학습자들이 평생교육에 참여하지 않는 주요한 원인에 대해서는 “평생교육 불참의 주요 요인은 직장 업무로 인한 시간 부족이고, 학습비가 비싸서 참여하지 못하는 비중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자기부담 학습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약 23%의 정부 재정 지원이 그나마 (이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김 부원장은 “평생교육이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학령기에만 중심이 된 교육의 관점, 재정 지원의 관점을 ‘평생(Lifelong)’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4차 산업혁명과 저출생·고령화 등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교육 시스템과 재정 구조에도 근본적인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며 “또 학령인구의 급감은 단순히 교육계의 위기를 넘어 지역 경제와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대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배용 위원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교육재정을 확보하는 문제와 함께 효율성과 안정성 등에 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오늘 대토론회가 이러한 도전 과제를 내실 있게 논의하고, 실질적 대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폐회사에서 “재정은 넉넉할수록 다다익선이지만, 또 함부로 펑펑 쓸 수는 없고, 효율성을 다각도로 검토해 성과를 얼마나 내는 지도 중요하다”며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 단위의 계획을 세워서 오늘 나온 의견들이 발전 계획에 다 녹아들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의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토론회에는 국가교육위원회, 대학 관계자 등 약 60명이 참석했다. 이밖에도 이번 대토론회에서는 △이혜진 이화여대 연구교수의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재정정책의 방향과 과제’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합리적 재원배분을 위한 초·중·고 교육재정의 개혁 방안’ 등 발제가 이뤄졌고, 전홍주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의 ‘미래교육 기반 마련을 위한 교육재정: 유아교육을 중심으로’ △이영미 대구광역시교육청 예산담당관의 ‘지속 가능한 미래교육을 위한 지방교육재정 확보 방안’ △홍성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의 ‘국가교육위원회 대토론회’ 등 지정토론과 질의응답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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