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다소 줄어든 상황에서, 경기 하방 압력에 맞서 추가 금리인하가 유효하다고 다수결로 결정됐다.
한국은행(총재 이창용)은 17일 이 같은 내용의 '2024년도 제22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을 공개했다.
지난 11월 28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00%로 직전(3.25%)보다 0.25%p 인하했다. 지난 10월 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피봇(pivot,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본격화하고, 2연속 금리 인하였다.
11월 금통위에서는 장용성·유상대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경제전망에 대한 토의에서, 금통위원은 내외 전망기관에서 미국 신정부의 출범 등으로 향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고환율이 지속되는 경우 국내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볼 것을 당부했다.
해당 위원은 2025년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고 있는 것이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 중 어느 부분에 주로 기인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정책적 시사점이 무엇인지 관련 부서에 질의했다. 이에 대해 관련 부서는 내년 이후의 성장률 둔화는 주로 수출에 따른 것으로, 수출 둔화에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주요국 제조업과의 경쟁 심화와 같은 우리 수출의 구조적 요인 등이 작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위원 별 의견 개진을 보면, 기준금리를 3.00%로 인하하는데 힘을 실은 A 금통위원은 "지난번 통방회의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되었다"며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와 관련한 시장의 기대가 조정되었고, 미국 트럼프 당선자가 표방해온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면서 국내기업의 실적 부진 우려가 증대되었다"고 짚었다.
A 위원은 "수출 증가세 둔화와 환율 변동성 증대는 설비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의 증가폭이 과도하지 않게 관리되었고 주택가격 증가세도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B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동결 의견을 개진했다. B 위원은 "국내경제는 내수 회복이 완만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둔화되고 있으며 향후 성장의 하방리스크 및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다"며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높아진 환율이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판단했다.
B 위원은 "앞으로 통화정책은 크게 높아진 불확실성에 유의하면서 가계부채 및 환율 흐름을 보아가며 경기와 물가의 하방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추가 금리 인하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가야겠다"고 제시했다.
C 금통위원도 금리 동결 의견을 밝혔다.
C 위원은 "종합해 보면,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다만 대외부문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금리 인하는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시키지만,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할 때 기업과 가계는 투자와 소비에 관한 결정을 미루게 되고, 또한, 추가 금리 인하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C 위원은 "우리나라는 주요국 대비 비교적 작은 폭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안정시켰고, 이는 정부의 재정지출 억제 노력과 긴축적 통화 정책 조합의 결과이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금리 차는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졌고, 향후 금리 격차 해소 과정에서 우리의 금리 인하 속도가 상대적으로 점진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 위원은 "대외부문의 불확실성이 큰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미국 신정부의 정책 방향, 주요국의 기준금리 결정 및 외환시장의 상황을 조금 지켜본 후 추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D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인하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나타내며 "트럼프 신 정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연준의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에 대한 기대가 축소되었다"고 지목했다.
D 위원은 "주택가격과 가계부채는 당국의 규제 효과가 나타나면서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 가계대출금리는 가산금리 인상으로 큰 폭 상승하며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일부 상쇄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금리인하기에 통화정책의 효과를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가계부채를 디레버리징할 수 있는 구조적 방법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 위원은 "큰 규모의 대외순금융자산과 외환보유액으로 인해 과거와 같이 원화의 국제 신인도가 급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환율보다는 국내 변수에 더 큰 무게중심을 두고 통화정책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D 위원은 " 물가가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고 주택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상황에서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할 필요성이 감소한 데다 우리나라 경제의 향후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고 덧붙였다.
E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3.00%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대해 "내년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 내외에서 안정되고 가계부채도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경제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배경을 밝혔다.
E 위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 상승을 통해 물가상승압력을 높이고, 자본유출입, 금융회사 재무건전성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유의해야 하겠지만, 내외금리차의 완만한 축소 추세가 이어질 전망인 데다, 물가안정세,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 금융회사의 대응 여력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F 금통위원도 기준금리를 3.00%로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F 위원은 "경제 전반적으로 볼 때, 성장은 잠재성장률 내외 수준에 있고 금융·외화자금 시장에서도 뚜렷한 위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는 있으나, 표면적으로 나타난 경제지표와는 달리 경제주체들의 체감 경기는 많은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고 봤다.
F 위원은 "더욱이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변수인 미국의 정책기조는 속도와 강도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인 방향에 있어서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기보다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점차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대내적으로는 미약한 내수회복을 보강하고 대외적으로는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기위축에 통화정책이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F 위원은 "연이은 기준금리 인하시 환율 변동성과 가계대출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정책효과의 시차성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경기 하방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며, 금융·외환시장에서의 불안요인은 미시적 조정과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조합으로 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F 위원은 "아울러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당면한 리스크 요인을 제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필요시 적기에 유연한 재정정책과의 정책 분담, 무엇보다 경기회복 흐름을 구조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을 재점검하고 개혁해 나가는 정책공조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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