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임대차 3법’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존 1회로 제한하던 ‘계약갱신청구권’을 무제한으로 바꾸는 개정안이 반대 여론에 부딪혀 철회됐기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자체는 임차인 주거안정에 실효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방지와 사회적 합의를 위해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9일 철회됐다. 윤 의원의 개정안에는 9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가 서명을 철회하면서 입법 발의가 폐기됐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기존 임대차 3법에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은 예외적 사유가 없다면 임차인이 기존 전월세 계약이 만료됐을 때 추가로 2년 동안 임차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현재 2회로 한정된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임차인이 제한 없이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는 제안이유를 통해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는 임차가구는 임대인의 일방적 임대료 인상이나 퇴거 요구에 대한 부담 등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제한 없는 사용과 적정임대료 고시,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 등 임차인 보호를 확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 무제한 사용은 곧바로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또 기존에 임차 중인 임차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새로 임차하려는 수요자는 신규 계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도 지난 6일 국민 재산권을 침해하고 계약 자유 원칙을 위배한다며 윤 의원실에 법안 철회요청서를 전달했다.
결국 발의에 참여한 의원 10인 중 5인이 지난 9일 서명을 철회했다. 서명을 철회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발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논의가 더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포함한 임대차 3법 자체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에 실효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에 전세를 임차한 A씨는 “‘전세 난민’이었던 우리 가정이 아이 초등학교 졸업까지 버티고 장기적 경제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계약갱신 때문이었다”며 “아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졸업하려면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대진 변호사는 “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의 권리 보호에 아직 충분하지 못하지만 임차인의 주거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임대인과 대등한 지위에서 임대료를 포함한 거래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이 강화되면 오히려 주거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차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뒤 임대인이 계약을 맺을 때 최대한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아 놔야만 추후 전셋값 상승분을 만회할 수 있다고 판단, 오히려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계약시점에 따라 전세 시세가 달라져 시장의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역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임대가격의 변동성은 확대됐으며 제도 도입 초기 과도한 주택가격 상승 기대로 인해 신규 계약시 과도하게 높아진 전세금을 세입자가 지불해야만 했다”라며 “전월세 매물 중에서도 전세 매물은 급감한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무제한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의 재산권을 강력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발을 샀다. 한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집주인 본인이 들어가는 것 외에 방법이 없겠네”. “전제 제도는 사라지고 월세만 남을 것”. “월세도 귀해지고 월급의 대부분 월세로 나가겠다” 등의 볼멘소리가 나왔다.
서울에 전세를 내놓은 임대인 B씨 역시 “임차인의 주거 안정은 보장해야 하지만 임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인 재산권과 임차인의 주거안정 모두 고려해 적극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하며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 안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서진형 교수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에 있어선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가 우선”이라며 “임대차 3법에 대한 깊이 있는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달팽이 유니온 서동규 사무처장은 “임대차법에 대한 공적인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국회 주도의 토론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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