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계엄 검토하다 해외순방·국제정세로 미뤘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전재훈 기자 = 12·3 비상계엄이 실제보다 이른 11월 초에 선포될 가능성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들었다는 관계자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최근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김 전 장관이 미국 대선이 있었던 지난달 초쯤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계엄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러한 발언을 들은 여 사령관은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김 전 장관을 만류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16일(현지시간) 페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 비상계엄을 선포할지 검토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앞서 페루 APEC 정상회의와 브라질에서 열린 제19차 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14일부터 21일까지 5박 8일간 남미 순방을 다녀왔다.
검찰은 이러한 진술을 토대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11월 초부터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다 해외 순방과 미국 대선으로 인한 국제정세 변화 등을 고려해 12월 초로 미뤘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군 관계자들로부터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모의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바 있다.
여인형(구속) 국군 방첩사령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작년 말부터 비공식 석상에서 '부정선거 의혹'에 따른 비상조치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4월 총선 패배 이후 초여름쯤 윤 대통령이 시국을 걱정하며 계엄 이야기를 꺼냈고, 이후로도 수차례 계엄 필요성을 언급해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만류했다는 것이 여 사령관 측 주장이다.
검찰은 이날까지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 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을 모두 구속해 윤 대통령의 지시가 하달된 과정과 사전 모의 정황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21일 출석을 요구하는 2차 소환 통보를 보낸 만큼 그간 확보한 군 관계자들의 진술을 비교·분석해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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