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오는 트럼프發 리스크, ‘관세폭탄’ 경고등 켜진 K반도체

좁혀오는 트럼프發 리스크, ‘관세폭탄’ 경고등 켜진 K반도체

이뉴스투데이 2024-12-17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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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그래픽=고선호 기자]
[사진=연합뉴스, 그래픽=고선호 기자]

[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따른 국정 운영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코앞까지 다가오며 반도체 업계의 불안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반도체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이란 전망 속 막대한 관세 인상 정책 도입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어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한 현명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이른바 ‘K칩스법’은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일몰 기한을 올해 말에서 3년 연장하는 내용만 통과됐다. 하지만 비상계엄 여파에 윤 대통령 탄핵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정상적 의정활동 재개가 어려워짐에 따라 법안 추진을 기대하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아울러 국정 운영에 제동이 걸리면서 자연스레 대미 교섭도 기능을 잃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문제는 단연 ‘트럼프 리스크’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에 따라 현지 지원 자체가 백지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당국 차원의 초당적 지원이 시급하지만, 국정공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논의를 기대하긴 어렵게 됐다.

미국 행정부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막바지 보조금 협상에 나서게 되더라도 확약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것이다.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로, 당국과 사전 협약을 체결했더라도 세부 조건을 규정한 본계약이 이뤄져야 보조금 지급이 확정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세계 주요 반도체 강국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보조금 지급을 놓고 한시 바쁜 속도전을 펼치며 대응에 나섰지만, 우리 업계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마비 상황에 관망만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현재 미국 정부와 본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미국의 마이크론과 인텔, 대만의 TSMC 등 소수에 불과하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무부로부터 각각 최대 64억 달러(약 8조7000억원),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의 보조금을 약속받았지만 최종 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달 임기 종료를 앞두고 보조금 지급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에 이달 내 보조금 확정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협상 테이블조차 오르지 못한 만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 자력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규제 강화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설 투자에도 제약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는 존립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댈 정부의 역할과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국정 운영이 마비된 지금 업계는 기댈 곳 하나 없이 오로지 기업의 힘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하게 됐다. 한시라도 빨리 여야가 공조해 산업 지원을 위한 발걸음 내딛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고선호 기자]
[그래픽=고선호 기자]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단연 ‘관세폭탄’으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찌감치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10%의 추가 관세, 인접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대선 유세 과정에서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혀 중국을 대상으로 한 제재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거래국가 절대 다수를 상대로 철저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공산이 높다.

그중에서도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무역 관계에서 큰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주요 관리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와 대만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초월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어 관세 부과 등의 추가 조치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관세 부과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점치지 않았지만, 대중국 규제 강화 기조와 맞물려 미국이 우리 정부와의 관계 재정립을 시사한 만큼 추가 관세 인상 여부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대미 무역흑자 개선’ 착수 시점에 따라 관세 폭탄의 칼날이 한국을 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올 3분기(1~9월)까지 대미 무역에서 39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 순위에선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 이은 8위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레거시 반도체까지 범위가 확대될 경우에는 양국 간 시장, 기술, 공급망 블록화가 심화될 전망”이라며 “중국 내 D램 및 낸드플래시 등의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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