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드 "美와 관세전쟁 앞두고 '정치적 술수' 대신 재정 여력 둬야"
'인기 하락' 트뤼도, 정치적 위기 가중…후임엔 측근 임명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크리스티아 프리랜드(56)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고율 관세 대응 문제 등을 두고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충돌한 뒤 16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프리랜드 장관은 이날 공개한 사직서에서 "트뤼도 총리가 지난 13일 내게 다른 직위를 제안했고, 이에 대해 심사숙고한 결과 내각에서 사임하는 게 정직하고 실행가능한 길이라고 결론지었다"라고 밝혔다.
프리랜드 장관은 사직서에서 "우리나라는 오늘날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차기 미 행정부는 25% 관세 부과 위협을 포함해 공격적인 보호주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위협을 극도로 심각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며 "이는 향후 다가올 수 있는 관세 전쟁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두기 위해 재정 여력을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정치적 술수를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부연했다.
건전 재정을 유지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감당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지 국민이 의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날 프리랜드 장관의 사임은 재무부의 연방정부 재정 상황에 대한 의회 보고를 앞두고 이뤄졌다.
재정지출 확대를 둘러싸고 트뤼도 총리와 이견을 보인 가운데 현 상황에서 재정을 푸는 부양책이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고수하다가 결국 장관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이날 2023∼2024년도 캐나다 정부 재정적자 규모가 619억 캐나다달러(약 62조5천억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을 웃도는 적자 규모다.
후임 재무장관으로는 트뤼도 총리 핵심 측근인 도미니크 르블랑 공공안전부 장관이 곧바로 임명됐다.
로이터 통신은 "프리랜드 장관의 사퇴는 트뤼도 총리가 지난 2015년 취임한 후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라며 "다음 총선에서 야당인 보수당에게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핵심 동맹을 잃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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