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쟁 중국만이 아니다"...미중갈등속 아세안도 한국 추격 위협

"반도체 경쟁 중국만이 아니다"...미중갈등속 아세안도 한국 추격 위협

한스경제 2024-12-17 06: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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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AI 시장 확대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효과로 올해 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AI 시장 확대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효과로 올해 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첨단산업 분야 주도권을 놓고 주요국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더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이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이 중에서 반도체, 컴퓨터 및 주변기기 등이 수출 성장을 견인하며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에 있어서는 아세안 국가들이 경쟁력을 앞세워 우리나라와 치열한 수출 경합을 벌일 전망이다.

지난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4년 11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은 205억달러를 기록했다. 11월까지 누적 ICT 수출액은 전년 대비 26.1% 증가한 2124억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 수출은 반도체가 124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0.3% 증가했다. 11월 누적 기준 1275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 시장 성장, IT기기 시장 회복으로 전체 반도체 수출은 1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메모리 반도체는 AI 서버 투자확대로 인한 HBM 등 고부가 품목 수요 증가로 79억6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했다.

컴퓨터·주변기기도 14억9000만달러로 98.6% 늘었다. 주변기기 내 보조기억장치의 수출 확대로 11개월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는 16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0.1% 감소했다. TV, PC 등 가전제품 수요 부진의 영향을 받았지만 10억달러 후반대의 수준은 유지됐다.

휴대폰은 14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2% 줄었고 통신장비도 전년 동월 대비 3.8% 감소한 2억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 수출은 중국(홍콩 포함)이 반도체가 57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 늘었고 미국은 서버·데이터센터 수요 중심으로 반도체, 컴퓨터·주변기기 등이 크게 증가하며 전체 수출은 30억4000만달러로 47.5% 늘어 1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일본은 4.5% 감소한 3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은 증가했으나 컴퓨터·주변기기, 통신장비, 휴대폰 등의 감소로 전체 일본 수출은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중국, 대만이 최대 경쟁국이지만 앞으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도 바짝 추격하며 위협하고 있어 반도체 수출 경쟁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라 반도체 주도권 확보 경쟁이 더 심화되면서 대만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반도체 수출에서 우리나라의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차이나+1' 전략을 채택하면서 아세안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은 전기·전자산업 경쟁력이 우수하고 해외 투자 유입도 활발해져 경쟁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16일 '10대 수출 품목의 글로벌 경쟁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2019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주요국의 대(對)한국 수출경합도 지수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AI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대만·미국과 중국 간 갈등, 그리고 중국과 대만 간 긴장 심화 속에서 싱가포르가 반도체 제조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한국과의 수출경합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경합도란 양국의 수출 구조가 유사할수록 경쟁이 심하다는 전제하에 경쟁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반도체 부문 주요국 가운데 올해 3분기 기준 한국과 수출경합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중국(72.2)이었다. 한국은 중국과 메모리 반도체를 두고 경쟁 중이며 가장 높은 수출 경합 관계를 보였지만 2019년(75.3) 대비 경합 수준이 3.1포인트 하락했다.

코트라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으며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앞서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은 한국과의 반도체 수출경합도(32.5)는 낮은 편이지만 4년 전보다 7.6포인트 상승하며 주요 반도체 수출국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대만은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세계 3위의 반도체 수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대만과의 경합도가 아직 낮지만 최근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싱가포르는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데 미중 갈등이 글로벌 무역의 고정 변수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제조 중심지를 확장하고 있어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 계열사 뱅가드 국제 반도체 그룹은 네덜란드 NXP와 함께 싱가포르에 78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웨이퍼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가 싱가포르에서 4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대만 2위 반도체 기업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5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반도체 수출 5위 국가로, 글로벌 반도체 조립·테스트·패키징(ATP) 공정의 13%를 담당하고 있다. 페낭 지역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활발한 투자 유치로 가치가 급상승 하고 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수출경합도는 올해 3분기 50.5로, 2019년보다 6포인트 상승해 대만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중국 등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수출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주최로 열린 '제1회 미래경제포럼'에서 12인치 웨이퍼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주최로 열린 '제1회 미래경제포럼'에서 12인치 웨이퍼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확보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면서 “경제 구조상 수출이 경제 성장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하고 있어 내년 '수출 5대 강국' 진입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기술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코트라는 "첨단산업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반도체는 자동차·부품 등과 함께 주요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및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전략적인 지원에 나서는 분야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 전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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