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어른들 반성하게 해"…10대들, 탄핵시위서 존재감

[샷!] "어른들 반성하게 해"…10대들, 탄핵시위서 존재감

연합뉴스 2024-12-17 05:5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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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지 고교, 시국선언…'부산 여고생' 연설 조회수 140만여회

"청소년도 계엄사태 똑같이 맞이했고 밤 설치며 불안해했다"

지난 8일 부산광역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발언하는 여고생 지난 8일 부산광역시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발언하는 여고생

['국민TV' 유튜브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인균 인턴기자 = "시민들이 정치인에게 투표 독려를 하는 나라가 세상천지 어디에 있나."

지난 8일 부산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여고생 A(18)양은 전날 탄핵 표결에 불참했던 여당을 향해 이같이 따졌다.

스스로를 '부산의 딸'이라고 밝힌 A양은 "지금 막 걸음마를 뗀 사촌 동생들과 제 남동생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배웠던 저와 제 친구들은 현 정권을 보며 분노했다"며 "지금 제가 서 있는 여기 부산에서 그리고 전국에서 쏘아 올린 촛불이야말로 진정한 국민의 힘"이라고 힘줘 말했다.

A양의 연설 영상 조회수는 지난 16일 오후 2시 현재 143만 회를 넘겼다. 영상에는 "어른들 반성하게 만든다", "(나라의) 위기 때 유관순은 동네 곳곳에 있다", "어른보다 낫네", "십팔년을 산 소녀의 연설이 팔십일년 산 사람보다 낫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경남 고교생 시국선언 기자회견 경남 고교생 시국선언 기자회견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지난 6일 경남 간디고등학교 학생들이 경남도교육청 1층에서 윤 대통령 탄핵과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12.17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남녀노소의 외침이 터져 나온 가운데 청소년들도 목소리를 냈다.

지난 6일 경남 간디고 학생들을 시작으로 청소년들의 시국선언이 각지로 확산했다.

8일 인천여고 학생들은 116대 회장단 명의로 낸 시국선언문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무력한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어 10일 서울 충암고 학생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입장문을 내고 이른바 '충암파'로 거론되는 윤 대통령 등에 대해 "충암고를 잠시 거쳐간 인물들일 뿐 재학생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2일에는 천안여고 3학년 학생들이 "우리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 했고, 용인외대부고 학생회는 "어른들만 정치에 참여하는 것 같지만 역사를 보면 학생 선배들이 민주주의 수호에 나선 경우가 많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도 행동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전남지역 24개 고등학교 학생회 일동은 "국회가 100개의 시위를 더 보고 우리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면 국민은 망설임 없이 100번의 추위를 견딜 것이다"고 성토했다.

또 서울 지역 고등학생들은 13일 서울시의회에서 4천963명이 연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우리 청소년들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중대한 책무를 진 주체로서 당당히 우리의 목소리를 낸다"고 밝혔다.

청소년 4만9천52명 '윤석열 퇴진 촉구' 시국선언 청소년 4만9천52명 '윤석열 퇴진 촉구' 시국선언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제76회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선언에 참가자들이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12.17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10일 아예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가 지난 4∼9일 모은 서명에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 4만9천52명이 참여했다.

지음의 활동가 '난다'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청소년 시국선언 규모가 4만9천명을 돌파한 건 유례없던 일"이라고 짚었다.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수영'은 "청소년들도 계엄 사태를 똑같이 맞이했고 똑같이 밤을 설치며 불안해하며 내 삶이 어긋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고 했다.

아수나로는 엑스(X·옛 트위터)에 "청소년들은 보호받을 존재나 누군가의 자녀가 아닌, 목소리를 낼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 광장에 함께한다"고 밝혔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X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일부 청소년은 촛불집회가 열린 여의도 국회 앞 카페·식당들을 대상으로 일어난 '선결제' 캠페인에도 참여해 소중한 '용돈'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14일 국회 앞 촛불집회 시작 전 "집회 발언 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말을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에게 '기특하다', '대견하다' 등의 말을 하는 것을 자제하자"고 덧붙였다.

당일 집회에 참여한 이수정(18) 양은 "저를 기특하게 보시는 어른들이 많은데, 똑같은 시민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의 고등학생 이준혁(17) 군은 "투표권이 없다고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면서 "제가 (윤 대통령을) 뽑진 못했지만, 우리 손으로 뽑아낼(쫓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ku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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