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엎친데 탄핵정국 덮친 자영업자 캄캄…셔터 내린 점포 는다

불황 엎친데 탄핵정국 덮친 자영업자 캄캄…셔터 내린 점포 는다

이데일리 2024-12-17 05: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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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박지애 이배운 기자] 15일 신사역에서 논현역으로 이어지는 강남대로변 한복판. 3층짜리 낮은 건물의 1층 상가에는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 ‘임대’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2년 임대 계약을 맺었지만 장사가 안 돼 여러 차례 업종을 변경하던 자영업자가 계약 기간을 못 채우고 가을부터 공실이 됐다. 보증금 1억 7000만원, 월세 1000만원의 임대료를 7년째 유지하고 있지만 임차인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당 건물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이) 이삭토스트를 하다가 안테나샵을 한다고 인테리어를 두세 번 바꿨는데 그래도 장사가 안돼 타코, 햄버거를 했는데도 장사가 계속 안 됐다”며 “장사가 너무 안 되니 월세만 받고 있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강남대로 8차선 도로가에 위치한 한 상가에서 임대를 내걸고 있다.(사진=최정희 이데일리 기자)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소비 구조가 온라인으로 바뀌고 경기 둔화 속 탄핵 정국까지 나타나자 소비자들의 지갑이 얼어붙었다. 나홀로 사장님이 6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고 작년 폐업자 수는 99만명에 육박,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상가 공실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다시 살아나더라도 소비 구조가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가 공급이 오히려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강남 공실률 높아지는데 명동은 낮아져, 왜?

강남 등 주요 상권들의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 지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팬데믹이었던 2021년 4분기 10.3%에서 2022년 4분기 8.2%, 2023년 4분기 7.8%로 2년 연속 낮아지는 듯했으나 올 3분기 8.4%로 다시 높아졌다. 소규모 상가 역시 올해 5.1%로 2023년 4분기(2.1%)보다 두 배 이상 치솟았다.

압구정로데오역 근처의 지하 2층~지상 9층의 신축 건물은 작년 7월 준공됐음에도 임대가 나간 자리가 8, 9층에 불과하다. 2021년 입주한 서초구 그랑자이 아파트를 끼고 있는 한 상가 건물은 1~2층을 중심으로 공실이 여러 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올해 들어 조금씩 안 좋아졌는데 비상계엄 이후로는 더 조용하다”고 밝혔다.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1층 상가들이 비고 있다. 1층은 임대료가 비싼 반면 평수가 작기 때문에 적당한 업종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강남 등과 달리 명동은 상권의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1년 1분기 50.1%를 기록했으나 올 3분기 18.7%로 3년 연속 하락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같은 시기 50.3%에서 2.4%로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상권이 되살아난 경우이기 때문에 소비 구조가 온라인화되거나 국내 소비가 둔화하는 것과는 상관관계가 떨어진다.

임대료를 낮춘 것도 상권이 살아나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명동에서 20년 넘게 상가 중개를 하고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팬데믹 당시 동반자 정신으로 임대인들이 무상임차를 2년간 해주거나 임대료의 70~80%만 받으면서 1년 반 이상씩 임대료를 깎아줬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들어올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임차인들도 낮은 임대료로 버텼던 것이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료는 팬데믹 전과 비교해 50%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중대형·소규모 상가의 임대료 가격 지수는 2분기 각각 102.9, 100.9로 2019년 4분기 대비 32.1%, 27.4% 낮아졌다. 주요 상권 중 임대료 하락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압구정로데오역이나 서초 그랑자이 인근 상가는 임대료가 높은 편이지만 아직 내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임차인이 누구냐에 따라 가격 협상 여지는 있지만 건물주가 어느 정도 재력이 되기 때문에 공실이라도 버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압구정 중대형 상가의 임대료 가격지수는 올 3분기 2019년 4분기 대비 10.7% 올랐고 소규모 상가도 32%나 급등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 “명동 사례, 다른 상권에 적용 어려워…임대료 낮추기 답 아냐”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명동의 임대료 하락 사례를 다른 상권에 적용하긴 어렵다고 설명한다. 임대료를 낮춘다고 상권이 살아나진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강남대로의 1층 건물은 임대료를 7년째 유지하고 있지만 자영업자가 장사가 안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해야 했다.

임대인 입장에선 임대료를 낮추는 순간 건물 가치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임대료를 낮추는 순간 건물 가격 자체가 낮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우량 임차인들이 있지않는 한 약한 고리들이 먼저 흔들릴 것”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임대료가 문제라면 낮은 임대료를 찾아 움직이면 되는데 임대료가 낮아질수록 유동인구는 적어진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료가 높아도 고객당 단가가 높으면 괜찮지만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객단가를 높이기도 어렵다”며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이동한다면 유동인구가 좀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엔 공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활성화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자영업이 살아야 상권도 살아날 텐데 이는 쉽지 않다. 정부가 자영업자 등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지원하는 것도 답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탄핵 정국에 원화 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국채를 발행해 돈 뿌리기를 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더 치솟을 위험이 있다.

경기가 살아나더라도 한 번 바뀐 소비구조는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현재 상가 공급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오프라인 매장이 배달 등으로 대체되고 있는 데다 핫플레이스도 유행을 많이 탄다”며 “전반적으로 상가가 공급 과잉 상태라 상가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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