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새로운 개척지이고, 새로운 걸 시도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보자면, 급진적인 변화에 마음이 열려있는 모험적인 얼리어답터들의 몫은 이미 다 채워졌을 것이다. 많은 다른 구매자들, 그러니까 좀 더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설령 전기차의 높은 가격을 참을 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더 익숙한 쪽을 원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이 전기차 버전 미니와 500 두 모델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스타일일 뿐만 아니라, 기존 모델들에서부터 이들을 선택한 소비자들이 너무 큰 문화적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하려고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비교 시승에 앞서 3기통 가솔린 엔진을 얹은 미니 쿠퍼 C와 꽤 오랜 시간을 보낸 나는, 이 새로운 전기차로 갈아타면서 그 느낌이 얼마나 비슷한지 새삼 놀랐다. 엔진이나 변속기가 없는 건 분명하지만, 이 차가 지향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한 가족임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아주 닮은 부분이 있었다.
시승 진행을 돕기 위해 함께한 제임스 디즈데일(James Disdale) 기자도, 아바스 전기차 버전을 운전해 보고 나서 “아바스 595 가솔린 버전을 전기차로 연장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똑같지만 전기적인’ 전략은 친숙함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전기차를 ‘핫 해치’라는 짜릿한 영역으로 확대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전기차가 마침내 ‘전기 핫 해치’라는 개념을 실현할 지점에 도달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같은 맥락에서, 아바스 500e가 출시되었을 때 우리는 이 질문을 했다. 그 당시에는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없었고 답변은 조심스럽게 ‘그렇다’는 쪽이었지만, 진정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로서 많은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이제 마치 조약돌처럼 매끈한 형태를 지닌 신형 미니와 같은 직접적인 경쟁상대를 비롯해 많은 지원자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므로, 이 질문을 다시 던져봐야 할 시점이다.
아바스를 운전해 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므로, 나는 전기차 버전인 500e 롱텀 시승차를 며칠간 빌려서 몰고 다녔다. 일상생활의 다양한 면을 느낄 수 있는 흔적들(희미한 애완견 냄새와 다양한 초콜릿 포장지 향기 등을 포함한)은 피아트의 여러 직원이 이 차를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이 차가 왜 그렇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지도 쉽게 알 수 있었다.
500e는 무척 매력적인 차다. 작은 크기(물론 이보다 더 작은 올드카도 많지만, 그들에게 유로 NCAP 테스트를 통과해 보라고 해보라), 각진 자세, 그리고 나름 끈끈한 브리지스톤 포텐자 타이어 덕분에 아바스는 즉시 몰아붙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심지어 가장 좁은 시골길마저도 이 차에게는 좋은 주행 도로가 된다. 꽤 무거운 스티어링 감각과 괜찮은 스포츠 시트도 갖추고 있어 올라타는 순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혹시 시동을 걸고 조금 지나면서 엔진 회전수가 서서히 잦아들며 소음이 가라앉는 게 그리운가? 사실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아바스는 엔진 소음을 대체할 수 있는 일종의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제공하는데, 이는 2단 기어에 연결된 가솔린 아바스의 소음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저음의 부르릉대는 사운드는 정말 끔찍하고, 이를 시도해 본 사람은 누구나 급히 꺼버리게 된다.
인공적인 소음을 없애더라도 500e의 요소들은 여전히 거슬린다. 내 키는 188cm로 큰 편이지만 그렇다고 비정상적인 정도는 아니다. 운전석을 최대한 뒤로 밀어도 허벅지가 시트에서 많이 떠서 한참 운전하다 보면 다리에 쥐가 난다. 키가 조금 작은 사람에게도 시트 포지션은 이상하게 껑충하고 좁은 발 받침대에는 왼발을 둘 충분한 공간이 없다. 주행 가능 거리는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225km는 그리 넉넉한 거리가 아니다. 반면, 321km는 한숨 돌릴 여유를 주는 거리다.
이는 바로 쿠퍼 SE를 완전히 충전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주행 가능 거리다. 참고로, 이는 다소 낙관적인 편인 WLTP 기준 수치가 아니라 실제로 도달 가능한 주행 거리다. 우리는 이 테스트를 위해 더 긴 주행 가능 거리를 제공하고 더 강력한 성능을 지닌 쿠퍼 SE를 선택했는데, 이 차의 시작 가격이 아바스 500e와 일치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 가능한 주행 가능 거리만 기준으로 한다면 이보다 아랫급인 3만 파운드(약 5260만 원)의 쿠퍼 E(주행 가능 거리 약 241km)가 실질적으로 더 잘 맞는 경쟁상대라 할 수 있다. 아바스가 아무리 매력적일지라도, 사진 촬영 당일 미니로 다시 돌아가자마자 쿠퍼가 훨씬 더 완성도 높고 잘 개발된 차라는 사실이 금세 분명해졌다.
그 주행 거리는 더 큰 배터리(49.2kWh 대 37.3kWh)뿐만 아니라 쿠퍼가 일반적인 사용 측면에서 조금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비슷한 주행 조건에서 실제 전비 또한 6.7km/kWh 수준으로 올라간다. 또한 충전 속도도 조금 더 빠르다. 실내는 가격에 걸맞은 프리미엄 소형차로 느껴지지만, 아바스는 ‘잘 꾸민 도심형 자동차’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알칸타라를 그 누구보다 잘 다루는 이탈리아인들은 이를 마음껏 성공적으로 사용했지만, 모든 딱딱한 플라스틱이나 불편한 운전 자세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쿠퍼 중에서도 비용 절감의 흔적이 보인다. 대부분의 버튼과 별도의 계기반을 없앤 것이 미니에게 꽤 유익한 비용 절감 효과를 안겨줄 것이라 확신한다. 이전 세대에서 얻을 수 있었던 많은 조절 기능을 없앤 단순한 시트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시보드와 도어에 있는 거친 니트 패브릭과 밝은 그래픽이 남아있는 대형 원형 스크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남아있는 버튼, 여러 장치와 스티어링 휠은 미니를 고급스럽게 해주는 촉감을 지니고 있다. 운전 자세는 이전 모델보다 높을지 모르지만, 500e보다는 훨씬 더 편안하고 목적에도 잘 들어맞는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해서는 헷갈린다. 아바스는 괜찮아 보이고 꽤 잘 작동하는 반면, 미니는 사용성 문제를 상당 부분 안고 있다.
미니의 일체감은 주행 방식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이 두 차 모두 회생 제동을 위한 자율주행 모드가 없으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항상 속도가 약간 줄어든다. 하지만 미니는 감속을 좀 더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데 반해, 아바스는 그보다 다소 명확한 온/오프 방식이어서 부드럽게 운전하기가 더 어렵다. 처음에는 아바스의 조향감이 더 좋고 BMW 특유의 가볍고 전기적인 느낌을 주는 미니의 랙보다 약간 더 무게감도 느껴진다. 하지만 속도를 올리면 미니는 조용히 접지력 수준에 대한 주행정보를 전달해주는 데 반해, 아바스는 그런 피드백을 거의 주지 않는다.
미니는 코너를 돌 때 훨씬 더 열정적으로 접근하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뗄 때도 제대로 된 핫 해치처럼 회전한다. 반면 아바스는 여전히 침착하게 유지한다. 미니의 트랙션 및 안정성 제어는 아주 뛰어나서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그 같은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전륜구동 전기차는 심각한 트랙션 문제를 겪을 수 있는데, 아바스는 젖은 노면에서 앞바퀴를 회전시키고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반면, 미니는 트랙션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 공급을 빠른 속도로 줄이며 방출해 버린다.
울퉁불퉁한 도로는 아바스의 약점을 더 뚜렷이 드러낸다. 두 차 모두 매우 단단한 서스펜션을 지니고 있지만, 미니의 것이 아바스보다 더 단단하다. 그러나 500은 그리 잘 제어되지 않는다. 나쁜 도로 표면에서는 약간 더 충격이 크고 정말 거친 도로에서는 서스펜션의 이동범위가 조금 모자란다. 시트 포지션이 더 높기 때문에 머리가 흔들리거나 튀는 현상도 더 커진다.결론적으로, 가솔린 핫 해치는 사라졌고 전기 핫 해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미니 쿠퍼 SE가 이 새롭게 등장한 클래스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함께 시승한 디즈데일은 이 차가 진정한 미니가 아니라 ‘작은 BMW’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디자인 단순화가 지나치고 차체는 너무 커졌다. 그리고 순수 배터리 전기차로서는 너무 무거워졌다고 지적한다. 이는 도로에서 상당한 토크 스티어와 약간 둔한 반응으로 이어진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다.
이 두 대의 전기차는 한때 핫 해치로 분류되었던 이름을 갖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단순한 가속 성능 같은 수치를 넘어서기 위해 전기차가 추구해야 할 ‘뭔가’의 시작점이다. 당분간은 이들을 핫 해치가 아닌 ‘역동적 면모를 가진 즐거운 데일리 카’로 보는 게 더 건강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아바스가 신뢰할 만한 첫 번째 전기 스포츠 해치의 시도라면, 미니는 더 많은 헌신(그리고 아마도 더 많은 예산)으로 현실화한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전기 핫 해치로서, 미니는 독특한 내외관 디자인과 경쟁력 있는 전동화 성능, 그리고 탁 트인 도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멋진 태도를 갖추고 있다.
사진 맥스 에들스턴 (Max Edles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