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대표 사퇴, 탄핵 후 '분당 사태' 재현될까

한동훈 당대표 사퇴, 탄핵 후 '분당 사태' 재현될까

BBC News 코리아 2024-12-16 18:12:05 신고

3줄요약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며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앞으로 당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16일 오전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이 모두 사퇴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중진 의원들은 곧바로 회의를 열고 당내 인사가 위원장을 맡는 비대위를 조속히 구성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탄핵안 가결 여파로 친윤계와 친한계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대위원장이 누가 될지, 신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의 내홍을 수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고조에 달한 갈등

14일 탄핵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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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이후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의총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격앙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왔다"며 탄핵안 가결 이후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말처럼 14일 표결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탄핵 반대파가 탄핵 찬성파를 향해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색출'하자거나, '의총장에서 나가라'고 말하는 등 거센 비판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한동훈 지도부의 거취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의원 93명 가운데 73명이 지도부 총사퇴에 찬성했다.

다음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은 불행의 시작이었다"며 "한동훈 대표는 총구가 항상 대통령에게 가 있었다"며 한 전 대표를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도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은 해당행위로 당원권 정지 3년", "지역구 의원들"은 "당원권 정지 2년 정도는 해야 당의 기강이 잡히지 않겠냐"며 탄핵 찬성파들 의원들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친한계 의원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5일 페이스북 게시물에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배신자라고 맹비난한" 일부 의원들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아니라 대통령 개인이 충성의 대상"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친윤 세력이 한 대표를 몰아내려는 시도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며 "순순히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분당사태 반복될까?

2017년 대선후보 토론회에 같이 참석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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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새누리당은 친박-비박계 의원들의 갈등으로 결국 분당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부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있었던 새누리당 분당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6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때도 새누리당은 비박계와 친박계의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12월 10일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탄핵에 반대한 친박계와 찬성한 비박계 의원들 사이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정현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가 탄핵 6일 만인 12월 16일 일괄 사퇴했으나, 이후 지도부 선임 과정에서 양측의 대립은 이어졌다. 결국 비박계의 핵심 중 하나였던 유승민 전 의원의 비대위원장 선임이 부결되면서 유승민, 김무성 전 의원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분당이 시작됐다.

비박계 인사들은 주로 바른정당에 합류했고, 이재오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의원들은 늘푸른한국당을 창당했다.

이번에도 2016년 당시처럼 여당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큰 타격을 받았고 친윤계, 친한계의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또 다시 분당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내에서는 탄핵에 찬성한 일부 의원들을 향해 탈당 압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서울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있었던 의원총회에서는 탄핵을 공개적으로 찬성한 김예지 의원에 대해 탈당 압력이 있었고, 이에 김 의원이 자신을 "제명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번엔 '분당 사태'까지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016년 당시 바른정당 실험이 결국 실패로 끝나면서 보수 세력의 약화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친한계와 친윤계 모두 신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이같은 내부 갈등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듯 "탄핵 표결 직후에는 감정이 격앙되다 보니 조금 거친 언사가 오고간 것은 사실입니다만, 오늘 의원총회에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비난이나 비방은 전혀 없었고,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토론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2017년 당시 바른미래당 대선후보로 대선 토론에 참석한 유승민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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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국민의힘의 분당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8년 전 바른정당 창당의 주역이었던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분당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당시 바른정당에 대해 "우리 정당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당"이었으며 "그 뜻은 옳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서로 나가라고 하지만 나갈 사람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신 전략기획부총장도 한 전 대표의 분당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특별히 본인이 잘못한 게 없다고 하면 당을 나갈 이유가 없다"며 "제명도 당하지 않도록 싸워야 된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누가?

한 전 대표의 사퇴 기자회견 뒤 열린 국힘 중진 의원 회의에서는 비대위원장을 경험 많은 당내 인사로 임명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은 당의 안정과 화합, 쇄신을 위해 그 세 가지를 잘 이끌 수 있는 경험 많은 당내 인사가 적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현재 당내에서는 5선인 권영세·나경원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의총에서는 "구체적인 인물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당에 얼굴로 적합한 분이냐, 위기 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있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능력이 있냐, 민주당과의 관계에 있어서 날카로운 공격력이 있냐" 등의 요건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위원장에 대해 "수요일쯤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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